놀자, 사람이랑

졸지에 원망을 듣다

칠부능선 2013. 1. 7. 02:01

 

어린이 집 방학이라고 딸이 태경이 시경이를 데리고 와서 이번 주를 있다가 갔다.

나는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이 있어 나가고. 추워서 아기들은 놀이터나 탄천에도 못 나가고...

말맛이 좋은 최승호 시인이 쓴 동시를 읽어주니 '시시'하단다. 

녀석들도 벌써 시가 시시한 놀음이라는 걸 알아차리니 애고~~ 슬프다. 시야. 

아기들은 컴에다 만화영화로 묶어두고.

 

티비에서 백두대간을 페러글라이딩으로 종주하는 세 사람을 봤다.

딸이 갑자기 하는 말,

엄마는 저렇게 위험한 것을 나한테 왜 허락했어.

뭔 소리야, 내가 하라고 했나. 지가 하겠다고 해서 허락을 한 것이지.

딸은 제가 딸을 낳았으면 공주처럼 곱게 키울 것이라나. 저런 험한 운동 안 시키고. 내 참.

너도 공주처럼 키웠지. 

아니 날 험하게 키웠잖아.

그건 네 취향이지.

 

딸은 대학교때 패러글라이딩 동아리를 했다.

첫 비행 때 20분 넘게 날은 건 처음이라고 흥분했었다. 딸의 동아리 친구가 시합 때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아버님이 극구 말리셨다. 우리 집에 하나 뿐인 딸이라고 위험한 것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바꾼 것이 스킨스쿠버다.

누가 시켰나, 모두 제가 알아서 놀던 일인데.

아들은 제대로 놀아본 것도 없는 듯 하다. 고시공부한다고 책상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일자 목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라, 무엇을 해라. 해 본 일이 별로 없다. 그저 제 좋은 일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결혼도 지들 좋다는 사람, 모두 오케이 했다. 궁합이니 사주 같은 것 하나도 안 보고.

내가 저울질 하지 않고 결혼 했듯이.

 

지난 번엔 아들이

저는 아들 낳으면 '강하게' 키운다나. 내가 너무 약하게 키워놔서 사회 적응하는 게 힘들다나.

내 참. 어찌 키우든지 아기를 낳기나 해라.

 

사람은 모두

제 운수대로 사는 것,

딸이 연년생 아들 데리고 씨름하며, 동동거리고 사는 것이나

결혼 4년차에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들이나

모두 내 사정거리 밖이다.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간 큰 남편 엮시 사정권을 벗어났다

 

난, 탓 할 엄마도 없으니 나를 믿어야 한다.

영악하게 스스로 챙겨야 한다.

 

 

 

태경, 시경이 지들 장남감 짊어지고 왔다.

 

 



 

 



Ivan kuchin의 Milaya

 

 

'놀자, 사람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머슴의 노후  (0) 2013.01.11
요란한 시무식  (0) 2013.01.08
양평대첩  (0) 2013.01.01
하늘  (0) 2012.12.17
엄마한테   (0) 20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