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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원피스 하나 갖는 일 / 김범송

김범송 선생의 9년만에 낸 두 번째 수필집이다. 오래 못 만난 선생을 만난 듯 반갑다. 선생과 오래전 추억이 떠오른다. 인사동에서 박 선생과 가끔 만나고 집에 초대받아 거하게 먹고 맛난 음식을 싸준 기억도 있다. 넉넉하고 다감한 품성이다. 글에 대한 열정도 꾸준하시다. 만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믿음직스럽다. 종부로서 대를 잇지 못한 죄가 백 년의 침묵으로 잦아든다는 마음과 딸이 주는 선물이나 용돈을 서서받는 기분이라는 마음에서 시대차를 느낀다. 요즘은 딸이 가정을 이끄는 주역이며, 결혼은 선택이고, 출산도 의무가 아닌 세상이다. 변하는 세태에 휘둘리지 않는 꼿꼿한 모습이 그려진다. 완고하기보다 유머를 장착하는 여유도 있다. 은 끝내 까지 갔다. 성공이다. 잘 살아오신 시간과, 잘 살고 계신 나날에 경의를..

놀자, 책이랑 2024.10.06

인간• 철학• 수필 / 철수회 14인의 철학수필• 6

​' 써라, 그래야 존재할 것이다. 읽어라, 그래야 단어들은 살이 오르고 동사들은 피가 돌 것이다. ​언어의 힘으로 무기력한 시간, 벌거벗은 공간, 존재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철학이고, 언어의 마법으로 나의 내면과 주변에서 스멀거리고 웅성거리고 솟구치는 욕망을 노래하는 것이 문학이라 생각합니다. '​- 송마나 선생의 시작 글에서부터 허리를 곧추세웠다.​《철학 수필 6권》을 펼치며 예감은 했지만 역시 철학과 문학의 어울림판이 놀이가 아닌 공부판이다. 올해의 공통주제는 '신神'이다. 느슨해진 정신을 일깨우고, 민무늬가 되어버린 감성에 파격의 획을 찾는다. 나는 시험볼 시기가 지나고서야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공부를 놀이로 생각하지만 이번엔 빡셀듯 하다. 그래서 더 반갑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작가..

놀자, 책이랑 2024.10.01

선택적 친화력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페북에 장희창 선생의 장대한 해석을 읽고 주문했다. 어려운 해설보다 소설은 재미있다. '독일 문학 최초의 사회 소설로 평가받은 걸작' 이란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쓰지 않았다는 괴테, 그러나 경험을 그대로 쓴 것은 한 줄도 없다는 괴테의 말이아리송하게 들린다. 이 소설은 지극한 사랑이야기이기도, 불륜 소설이기도 하다. 친화력이란 두 물질이 서로 상호작용으로 새롭게 결합하는 현상을 뜻하는 화학용어다. 부모의 반대로 결혼에 이르지 못한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는 배우자가 사망하고야 재혼을 했다. 그런 그들의 일상에 에두아르트의 친구 대위와 샤를로테의 양녀 오틸리에가 함께하며 엇갈린 열정에 치닫는다. 분별력과 도덕은 열정을 잠재우지 못한다. 비극적 종말은 당연한 귀결이라 오히려 아쉽다. ​아름답고 순진하기만 한 ..

놀자, 책이랑 2024.09.29

주왕산, 객주문학마을

예약해 준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아침을 먹고 주왕산에 올랐다.10시 30분에 턴하라는 안내를 받고, 3시간을 걸었다. ​​​​​가장 멀리 걸은 선두 주자 3인,나도 충분히 합류할 수 있었지만, 운전이 기다리고 있어서 힘을 아낌. 그래도 18,000보 걸었다.​​​​식당에 내려오니 김주영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산채비빔밥을 맛나게 먹고 사과사무 밭을 지나 넓은 카페에서 ​오래 기다려 커피와 팥빙수를 먹고...신선숙 선생님이 가면서 먹으라고 빵을 안기신다. 이런 황송함이라니. ​다시 거꾸로 달려서 객주문학마을로. ​문학마을 문패로 ​​​김주영 생가​​​김주영 선생님이 기거하는 집이다.지금 고요히 낮잠 중이시다.​어제 저녁 먹으며 아쉬운 게 없는가 여쭸더니 아쉬움 하나도 없다신다. 김주영 작가는 생전에 이렇..

카테고리 없음 2024.09.28

객주문학관 1박

정진희 선생의 초대로 김주영 작가를 만나러 갔다. 한국산문 10명, 현대수필 4인의 조합이다. ​9시전에 야탑역에서 픽업. 첫번째 휴게소에서 서로의 아침을 걱정하며 챙겨온 것들을 먹었다.든든하고 여유롭게 쉬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이후 쉼없이 달려서 1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청송 은 오늘 휴무일인데 우리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김주영 선생님 단골이라고.시작부터 특혜 ㅎㅎ보약같은 느낌은 누룽지 백숙, 닭고기를 다져서 만든 전, 사과깍두기, 오늘 아침에 땄다는 왕대추, 삶은 밤... 정겹다. ​지금 한창인 '청송정원', 4만평의 백일홍 꽃밭을 들러~~소녀 감성들 충만~~ 오래전 여행에서 만난 이정희 선생님 여전한 모습이 반가웠고, 책으로 인연이 된 신선숙, 최화경 작가님을 비롯, 글로만 알고 처음 ..

낯선 길에서 2024.09.28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수필반 정선생님 초대로 예술의전당에 16명이 출동했다. 발레로 보는 안중근은 처음이다. 새롭고 재미있다.다 아는 스토리인데도 눈물 짓는 대목은 똑 같다. 조마리아가 아들에게 전하는 말은 가슴을 에인다. ​​    ​​​​음악분수에서 조금 서성이다 한 차로 간 7인은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도 뭔가 아쉬워 얼른 헤어지질 못했다.

그래도 괜찮아 / 사노 요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통쾌하게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사노 요코의 책을 주문했다. 가볍고 편한 책인데, 한참 걸렸다. 그때의 시원한 문장을 기대했는데 왜 이리 싱겁지... 이런 생각이 들어 밀어두었다. 어젯밤 다시 잡아 다 읽고 보니, 이게 전형적인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점이 아니라 10대, 20대의 이야기들이 많다. 그의 주변인들의 특별했던 감흥을 전한다. 남다른 시선과 반응에 가슴이 뜨듯해진다. 사노 요코는 2010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더 살았으면 솔직한 노인의 시선으로 더 공감할 글을 썼을 텐데... . 옮긴이의 말에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쟁쟁한 작가들과 아들 히로세 겐, 그리고 전 남편이자 일본의 '국민 시인'인 다타니와 슌타로까지 함께 모여 『100만 분의 1..

놀자, 책이랑 2024.09.22

백사실계곡

수필반, 9월 첫 걷기다. 10시경 판교역에서 7인과 합류.​​언덕을 올라 더위를 피하러 '산모퉁이' 카페에 들어갔다. 완전 시원, 딴나라다. 이선균이 '커피프린스'를 찍었던 장소라고 곳곳에 사진이 있다. 사람은 가도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그는 살아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애도하고. ​​​​​​​근사한 집들이 늘어선 언덕을 올랐다. ​​이런 문, ​창고로 쓰는 듯한 폐차에 그림하고~~​​​자신있게 메밀밭이라고 말하고 보니 ... ​​​​​탕춘대터, 청춘을 탕진하는 곳 ? ​매번 와인을 챙겨오는 총무님 부부~ 참 보기좋다. ​​ 세검정으로 걸어와 수수백년만에 '하림각'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분당으로~~ ​

낯선 길에서 2024.09.20

추석 전후

토욜, 오빠랑 엄마께 가기로 했는데 오빠가 아파서 못 온다고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통화를 하니 거의 말을 못 알아들을 지경이다. 아고 ... 남편과 둘이 엄마한테 다녀왔다. 가는 길에 은자네서 전을 얻어갔다. 나머지는 하던대로 ... 이런~~ 날라리. ​​평소에 횅하던 주차장이 꽉 찼다. 한바퀴 돌아 참사랑묘역으로 갔다. 처음 천주교묘지 산등성을 올라봤다.여전한 엄마를 만나고, "엄마~ 오빠 고생 오래 안하게 속히 데려가세요 " 매정하게 기도했다. 건강히 잘 지내시다가 혼수상태 사흘만에 영영 이별한, 엄마의 마지막을 닮고 싶은 내 소망도 들어있다. 영이별은 짧을수록 좋다.    가정에서 쓰던 성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성스러움에도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아마도 주인을 잃으면 성스러움의 상징들도 숨을 놓..

소소한, 혹은 소소하지 않은 일들

책꽂이가 포화상태다. 획기적으로 비워야할까. 생각하다가 내려놓고, 내려놓은 책에서 또 골라 올리고... 반복하고 있다. 수필반 회원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맞을 듯한 책을 골라 포스트잇을 붙여 수욜에 나눴다. 스스로 기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봐야 25권 보냈다. 이걸 매주 할 수도 없고... 내 책장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것보다 헌책방이든, 사랑방에 가서 누구하게든 눈길 받은 게 낫지 않을까. 절판된 내 첫 책을 헌책방에서 사온 회원을 보면서 맘 먹었다. 한참 더 내려놓고 누군가를 불러야겠다. ​​저자 서명이 있는 페이지를 잘 잘라 보관하기로. ​​ 싱크대 아래 선반이 휘고 있다. 1년에 한 번도 안 쓰는 그릇을 모두 내놨다. 헐렁해지니 속이 시원하다.리모델링때 대대적인 정리를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