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안타까움,

칠부능선 2012. 12. 15. 20:09

 

 

오늘 합평 가는 날인데, 몸이 무겁다.

내일부터 새까만 스케줄을 펑크내지 않으려면 몸을 좀 아껴야 한다. 못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딱 그 타임에 어머니께서 안과를 가자고 하신다. 학교를 가려고 나서는 길이었다면 또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아, 오늘은 게으름 피울 날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순서가 제대로 되어서 마음이 느긋하다.

안과에서 2시간 가까이 정밀검사를 했는데 늘 하던 처방이 내려졌다. 백내장이 좀 더 진행은 되었지만 워낙 망막과 시신경이 나쁜 상태라서

수술을 권하지 못하겠단다. 수술 후 더 나빠질 수도 있단다.

카메라 렌즈에 이상은 깎아내고 깨끗히 하면 되는데, 어머니의 경우는 필름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 회복 불가능이란다.

요즘 의사들은 참 친절하게 비유까지 들며가며 설명을 한다.

이제 반찬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체념하다가도 한 번씩 행여, 하는 기대감이 생길때는 병원을 찾아 또 확인을 한다.

 

 

괜스레 내 잘못인듯 면구스러워하며 겨우 한 말이

"어머니 맘 편히 가지세요."

내가 해 놓고도 이게 뭔 소린지.

"눈 어두운 거 보다 귀 안들리는 게 나은데..."

동문서답이다.

'그럼요,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하잖아요.

어머니, 이미 귀도 많이 어두우세요. 가까이서 큰소리로 말해야 알아들으시니까요.'

입안에서 맴도는 말이다.

 

 

아, 의사가 묻지도 않고, "할머니, 따님 쪽을 보세요" 눈동자 방향을 가리키면서 몇 번을 한 말이다.

내게 딸 같은 마음을 먹으라고 이른 말인듯 하다. 딸로서나 며느리로서나 곰살스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시어머니 대하는 마음이나 친정엄마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그 분들 성향이 완전 반대인 것이 문제지.

너무 욕심 없는 엄마와 욕심이 많은 시어머니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난감했다.

두 분 모두 답답하게 여기는 건 같다.

이것이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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