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지나가다

노동절이 지나갔다. 친정을 다녀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설 전날 큰집에 가서 전을 부치는데 올해는 작은 어머니께서 몸살이 나서 못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동서를 불렀다. 큰어머니가 모두 준비해 놓은 것을 동서와 후다닥 해치웠다. 이제 스스로 생각해도 선수가 다 되었다. 저녁무렵 아들내외가 와서 그냥 놀았다. 작년에는 만두를 빗었는데 올해는 얻은 것으로 통과. 혼자서 대충 다 해놓았다. 설날 아침 아버님과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다며 못가시고 우리 넷만 큰댁에 가서 차례지내고, 어른들이 못오시니 큰집, 작은집, 동서네가 모두 우리집으로 출동. 새배를 하고 또 세째집으로 갔다. 아들은 저녁에 동생네 오면 함께 저녁먹고 내일 처가에 간다고 하더니만, 애정남이 그러면 안된단다. 아침 먹고 얼른 처가로 가야한다고 했다..

함마니한테 아빠냄새가 나네

토요일 결혼식도 딸한테 넘기고, 합평회를 갔다. 두 달 만에 있는 모임이라서 기를 쓰고 참석한 것이다. 이곳에도 아주 듬직한 샛별이 등장했다. 첫 시간인데도 보는 눈이 예리하다. 이 수수밭隨秀田이 기름져질것 같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보통때는 이쯤에서 헤어져 집에와서 저녁을 한다. 그런데 당진서 온 선옥샘을 생각해서 합류했다. 여자 넷이서 시작, 제사 땜시 한사람은 퇴장하고....... 처음부터 소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라는 사람의 뭔가 환상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을 들었다. 부끄럽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내가 아는 나의 실체는 얼마나 뻔뻔한 인간인가.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린 것도 같다. 이제 그들을 우러러 볼 것이다. 미안하다.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날아서 자정 전에 겨..

새해 다짐

오늘 선생님께 신년인사를 다녀오고 보니, 새해 다짐을 하는 때다. 새해 다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내 다짐이다. 올해는 책을 묶으라는 종용을 받았지만, 아무 말도 안했다. 그거 꾸리려면 얼마나 머리가 무거운가. 그냥 막살기, 지난해에 한 다짐은 잘 지켰던것 같다. 올해도 그냥 살아내기. 눈치를 봐가면서... 새식구가 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건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눈치만 볼일이다. 가벼워질 일도 있다. 얼마나 가벼워질지 그것도 눈치가 필요하다. 뻔뻔하게도, 새로이 다짐을 하면서 바꾸거나 이룩할 무엇은 없다.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에 안도하며 감사할 뿐이다. 버켓리스트, 그런 거 없다. 아니, 벌써 체념인가. 욕망이 없으면 죽은 목숨인데. ㅋㅋ 환희, 욕망, 혼돈, 승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