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하루의 완성

아기들이 방학을 했다고 일욜에 와서 오늘 갔다. 폭격 맞은 형상이다. 대청소를 하고, 밀린 카톡을 보고, 음악도 듣고 놓친 영화 도 봤다. 파도는 바람에 의해 일어나는데 우리는 파도만 보지 바람을 보지 못한다. 일어날 일을 일어나고 만다. 그래, 관상을 넘어 심상이라지. 음악 중에 김창완의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이 노래에서 전하는 메시지를 새긴다. 우리의 삶이 매 순간 완성되어야 한다고 선택했단다. 사랑이나 행복이 쟁취해야하는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 사랑이고 행복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 하루 하루, 매 순간에 충실하리라. 아, 임제록과도 통한다. 매 순간 알아차리며 살기. 2014년 첫 날이다. 어제와 다름없이 나아간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다짐도 계획도 없다..

쪽지의 위력

졸지에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겨울이 되면 지하주차장이 만원이다. 늦게 들어오는 날은 할 수 없이 일렬주차를 하게 된다. 다음날 외출할 일이 없을 때 아무 생각없이 그냥 둔 적이 많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런 쪽지가 차 앞에 떡 붙어있다. 에고 무서워라. 자꾸 신경이 쓰인다. 무겁게 따라붙는다. 나도 일렬주차 해 놓은 넘의 차를 미느라 힘든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쪽지를 써서 전할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우씨~~ 이게 어른의 도리라고 생각하는가. 넘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딱, 가르쳐야 하는 것. 하긴, 어른이 없어진 세상이기는 하다. . . 어르신의 말씀을 공표하는 것은 잘 새기기 위함이다.

하루에 두 탕

오늘도 두 탕을 뛰었다. 11시에 청담동에서 선배와 만났다. 어른들은 일찍 일어나니까 오전 시간이 길다. 나는 바쁘지만 아무말 않고 나갔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여전하시다. 역사의 증인으로 문단사의 뒷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도 하고 비공감도 했다. 그러나 그 느낌만은 모두 들어온다. 참으로 열정적인 삶으로 글을 대하는 선배님이다. 사랑이 많아 상처도 많다는 생각까지. '말없는 사람에게 속는다'는 말에 뜨끔 했다. 말 없는 사람이 강하다는 것을 뒤늦게 아셨나보다. 저도 속은 강해요... 멋쩍게 말하고 보니 웃겼다. 맛있는 점심 사주고 선물까지 안겨준다. 청담동 골목에 핑크 신발 하나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단편을 쓰나 장편을 쓰나. 뭔가 하나 나올 듯. 저 봄빛 신발 한 짝. 일찍 만나니 일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