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양재 대첩

토요일 오후 1시, 양재천 걷기 모임은 대첩,이라고 하기엔 조촐했다. 그래도 마음은 모두 넉넉하니. 양재천을 걸어보니 탄천은 대궐 같다. 오가는 사람이 부딪칠 지경이다. 그래도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다행한 일이다. 다리 아래 앉아서 당산님의 사과를 소재로 한 자작시 낭송도 듣고, 와이즈님의 하모니카 연주도 듣고, 운동기구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3시간 가량 걷고 찾은 카페. 화장실 앞에 거울이 앙징 맞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실제보다 정직하다. 벗들에게 비친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수도 있다. 존경하올 해선녀님, 커피숍에서 제일 먼저 만났는데 쥬스를 마시고 계셨다. 그 후로 온 우리들이 커피 안시키고 앉아 있는 것을 불편해 하시는 모습, 어서 나가자고. ..

6차, 이게 뭔가

요즘 아버님 어머니가 다시 건강해지셨다. 점심, 저녁까지 나돌아도 '걱정말고 천천히 와라' 하신다. 그래서 다시 내 날라리끼가 도졌나 보다. 오랜만에 오래 놀았다. 아침부터 수업, 행사, 점심, 주막, 팥죽집, 맥주집, 라이브카페까지. 김샘의 건강 호전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모처럼 끝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맹숭맹숭한 건 뭔가. 예전처럼 취기가 오지 않아서인가. 김샘이 맥주 한잔으로 막걸리 한잔으로 버티고 있어서 송구스러워서 그런지도 모른다. 앞으로 술을 진탕 마시기 위해서 몸을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어서 그날이 와서 연중행사라도 예전처럼 진하게 놀았으면 좋겠다. 아니, 이제 그 체력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설레던 마음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80을 ..

기고만장

아침에 세째이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모님댁에 둘째, 넷째 이모가 모여 있는데 언니가 보고싶다고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 이모댁으로 갔다. 87세 어머니, 몇 년 전에 허리 4,5번 디스크 시술을 했음에도 지팡이를 거부하신다. 마침 넷째 이모가 나와 있어서 다행히 양쪽에서 부축해서 올라갔다. 화기애애 웃음 보따리 터지고, 점심도 먹고... 느닷없이 어머니의 언성이 높아진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억울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후로 계속 어머니 목소리 커지고 내용도 민망스러워진다. 이모들도, 나도 깜짝 놀랐다. 돌아오면서 떠오른 생가, '기고만장' 이다. 아, 어머니가 변했다. 예전엔 동생들 말을 주로 듣기만 하고 웃기만 하셨는데. 오늘 들으니 말 속에 화살이 있다. 아직도 주 화살은 아버님을 향해..

국선도 - 최면

월, 화, 목. 주 3회 국선도를 시작했다. 저녁 6시 30분부터 8시까지. 다행히 첫 주 3일 모두 채웠다. 단전호흡과 기혈순환 유통법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운동이다.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펄펄 뛰며 땀을 빼는 걸 원했는데, 내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많다. 것도 남자 어르신. 어르신들 몸에 맞는 운동이다. 이쁜 선생님은 계속 무리하지 마시라며, 할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지시한다. 아직 제대로 동작을 못해서 땀은 나지 않지만 굳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건 알겠다. 몸에게 충성하는 시간만큼 몸이 부드럽게 풀리리라 기대한다. 다 쓰지 못하고 굳어 있는 것들이 화를 불러올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을 젖히는 것 조차 뻐근하니, 얼마나 굳어 있는 것인지. 몸에게 미안하다. 오늘은 운동이 없는 날이라서..

방전 상태

머리가 지끈거리고 콧물이 주르륵 흐른다. 눈이 맵다. 몸은 천근만근, 가까스로 눕지 않고 버텼는데... 요즘 매일 저녁 너무 늦게 자는 버릇때문인지 완전 방전되었다. 플러그를 꽂아야 한다. 내게 충전이 무엇인가. 아, 몇 해 동안 2월에 가던 문학기행이 5월로 미루어졌다. 남프랑스와 스위스로. 남프랑스와 스위스는 가 본 곳이기도 하고 당기지 않는다. 5월도 집을 비울 시기가 아니고. 새해 목표 같은 건 아예 없다. 하루하루 잘 살기. 그것으로 족했다. 그런데 올해는 몸 움직이는 운동을 해 볼까 마음 먹었다. 몸치다 보니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 온다. 아무 생각없이 펄펄 뛰는, 운동이 좋을 듯 하다. 의사는 수영을 권했지만... 무엇이건 시작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몸에게 충성! 해야한다.

걱정과 기대감

작년부터 우리집에서 치르는 설 명절, 아들과 며느리가 전날부터 이틀을 왔다. 기르는 개와 맡아둔 개 두 마리 때문에 전전긍긍, 들랑거렸다. 설날은 정신없이 잘 지나갔다. 모두 작은 것들을 들려보냈는데.. 가고나니 걸리는 게 많다. 좀 더 싸줄걸... 모두 갈때는 예고없이 일어나서 제대로 챙기지를 못했다. 오늘, 친정에 다녀오는 것으로 설 마무리. 친정에도 큰조카가 키우는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얘네들은 완전 훈련이 잘 되었다. 예전처럼 진탕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일찍 왔다. 한보따리 싸줘서 들고 왔다. 큰언니는 여전히 후덕하며 발랄하다. 올해는 시작부터 어수선하다. 도무지 마음이 안정되지가 않는다. 아들 일 때문이다. 아들이 정치판에 들어섰다. 자의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잠재된 무엇이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