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살림하는 날

칠부능선 2013. 4. 11. 19:41

 

누가 들으면 웃겠지만, 매주 목요일은 살림하는 날이다.

 

또 퇴짜를 맞았다.

내가 고른 통통하고 길죽한 열무와 다발배추가 내려지고 흰띠를 두른 일산열무라는 것으로 바뀌어졌다.

5백 원씩 더 비싼 것이란다. 언젠가 열무는 콩밭 열무가 맛있다더니,

빗어놓은 머리채 같이 고무줄로 챙챙 묶은 단정한 달래도 휙 던져지고, 산발한 머리 같이 헝클어진 달래 다발이 담긴다.

달래는 하우스 것이 아닌 노지것이 그래도 낫다나.

오늘은 돌미나리가 맛나다며 얼굴 한 번 쳐다보더니 쓱 담는다.  

매주 목요일 마다 서는 동네장에서 내가 고른 채소가 계산을 하기 전에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내가 골라오는 것을 팅팅 퇴짜를 놓고 장사 맘대로 다른 것으로 넣는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긴 설명을 하더니

요즘은 간단하게 일을 끝낸다. 난 아무말 없이 받아들고 계산을 한다.

주부 경력 30년을 훌쩍 넘겼는데, 이게 무슨 꼴인가.

 

봄바람이 불면 햇김치가 맛있고, 땅에 열기가 올라오면 열무김치가 맛있다.

오늘은 열무와 다발배추를 섞어서 자작하니 햇김치를 담았다.

미나리 무침과 달래 무침도 하고, 점심엔 콩나물밥을 해서 달래간장에 비벼 드렸다.

 

저녁하기 전에 운동도 다녀오고. 새로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도 돌아보고.

오늘 살림은 제대로 했는데...  장보기는 늘 그렇다.

장사의 상술이라고 생각하기엔 내 안목이 당당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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