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취한다는 것

한 달에 한 번, 합평 모임이 끝나고 한잔 하면서 저녁을 먹는다. 속이 비어서 인지 따끈한 사케 석 잔에 확 가버렸다. 오랜만에 발동이 걸려서 노래방을 거쳐 라이브 카페까지 갔다. 비틀즈, 오래 전에 내가 대취한 곳이다. 살짝 필름이 끊기고,, 취한 다음 날의 괴로움을 처음 알 게 된 곳이다. 덕분에 '술꾼 글꾼'이라는 글을 건지기는 했다. 내게는 음악이 주는 위로 보다 술이 주는 위안이 크다. 살짝 취해 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둥실 허공에 뜬다. 운동을 배울때 처음 하는 것이 몸에 힘을 빼는 일이 아니던가. 사실 몸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힘을 빼는 일이다. 마음의 무장해제가 가끔은 필요하다. 느슨해지기.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서 놓여나기. 이럴때 도움이 된다. '당신 ..

투정

모처럼 결혼식 없는 한가로운 주말이다. 딸네는 시댁과 1박 여행 간다하고, 아들은 청년의원들과 1박 신년모임이란다. 주말마다 남편이 아이들을 불러대니 아이들은 확실한 구실을 말해야 한다. 아직도 '논어'시대에 사는 남편이지만. 어제는 양쪽 방에서 카톡으로 싸움질을 했다. 내가 화내는 이유을 모른다. 그저 맘이 좁다고만 하는 그 말에 또 난 화가 나고...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손짓, 위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후배가 남편과 싸우면서 했다는 마지막 말이 압권이다. 말로 못 당하는 남편이 "그럼 헤어지면 되겠네" "이 바보야 헤어지려면 뭐하러 싸움을 하냐, 고쳐서 잘 살아보려니까 싸우는 거지. " 사실 인간은 고쳐지지 않는다. 인간의 태생이라는 것이 독하고 독해서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큰 쉼표,

올해 주어진 숙제를 마쳤다. 내년 봄호까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많았던 2013년에 대한 보답으로 올해는 모든 청탁을 수용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해냈다. 졸작도 많지만, 어쨌건 한 건도 펑크내거나 거절하지 않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의무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명문도 아니면서 남의 시간을 뺏는 것도 나쁜일이다. 그냥 고요한 시간을 많이 가져야지. 그리고 더 많이 놀아야지. 새롭게 즐겁게. 부모님 계속 잘 잡수시고 많이 움직이시길 남편, 큰 간을 줄일수도 없고...오래 놀수 있도록 알아서 잘 하길. 아들,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몸을 좀 사리길. 며느리, 걱정. 생활인 모드도 좀 챙기길. 딸, 좋은 엄마 노릇 열심히 하고 네 몸도 챙기길, 사위, 든든, 하는 일이 즐겁길. 친구들 모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