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합평 모임이 끝나고 한잔 하면서 저녁을 먹는다.
속이 비어서 인지 따끈한 사케 석 잔에 확 가버렸다.
오랜만에 발동이 걸려서 노래방을 거쳐 라이브 카페까지 갔다.
비틀즈, 오래 전에 내가 대취한 곳이다.
살짝 필름이 끊기고,, 취한 다음 날의 괴로움을 처음 알 게 된 곳이다.
덕분에 '술꾼 글꾼'이라는 글을 건지기는 했다.
내게는 음악이 주는 위로 보다 술이 주는 위안이 크다.
살짝 취해 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둥실 허공에 뜬다.
운동을 배울때 처음 하는 것이 몸에 힘을 빼는 일이 아니던가. 사실 몸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힘을 빼는 일이다.
마음의 무장해제가 가끔은 필요하다.
느슨해지기.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서 놓여나기. 이럴때 도움이 된다.
'당신 거기서 뭘 하세요
술을 마시고 있지
왜 술을 마시지요
잊어버리려고 그러는 거야
무엇을 잊으려고요
부끄러운 것을 잊는거야
무엇이 부끄러워요
술을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서
어린왕자와 술주정뱅이 별의 아저씨와 대화를 들으며 피식 웃음이 난다.
양조징집 딸 답게 술 분해에 강한 유전자를 받은 걸 감사했는데 이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것 같다.
내 내장이 정직해졌거나 경제적으로 변했거나...
취해서도 이렇게 사진을 찍은 게 웃긴다. 긴머리의 청년이 비틀즈 풍의 노래를 한다.
후배가 나가서 노래를 하고, 나는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