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신간은 '늙기의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삐그덕거리는 육신을 고쳐가면서 느끼는 비애보다는 담담함으로, 정신은 여전히 쨍하다. 그럼에도 맵고 날카롭게 말하길 저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월이 그런 것이라는 쓸쓸한 자각까지.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차며, 허송세월로 바쁘다신다. 노인, 말년하지만 여전히 시니컬하다. * 내가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다. 위스키의 취기는 논리적이고 명석하다. 위스키를 몇 방울 목구멍으로 넘기면 술은 면도날로 목구멍을 찢듯이 곧장 내려간다. 그 느낌은 전류와 같다. 위스키를 넘기면, 호수에 돌을 던지듯이 그 전류의 잔잔한 여파들이 몸속으로 퍼진다. 몸은 이 전류에 저항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 건강을 회복해서 술을 마실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