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동키 호택 / 임 택

칠부능선 2024. 5. 7. 10:32

 

2021년, 코로나 시기에 당나귀와 함께 한 산티아고 여행기다.

45일 계획이었지만 당다귀 호택이와 71일을 걷고 혼자 10일을 걸었다. 이렇듯 계획 이탈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따듯하다. 스페인 사람들의 동키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다.

그때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방송도 많이 탔다. 거의 들었던 이야기다.

이 책은 체화정에서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초고를 완전히 버리고 고심해서 썼다고 한다.

편안하게 잘 읽힌다. '체화정'에서 만났던 청년 이동훈, 함께 시작한 모습이 떠오른다.

 

 

* 동화로 된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다.

나는 좋은 생각이 나면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는 성급한 사람이다. 당장 한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동화작가학교'에 입학했다. ... 6개월 동안 동화학교를 다니며 한 가지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 어쩌면 나는 동화 쓰는 여행작가가 되기는 힘들겠구나'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여행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아이들과 세대 차이가 너무 컸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과 나를 연결해줄 징검다리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당나귀였다. (19쪽)

 

* '당나귀가 가지 않으려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그만큼 당나귀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당나귀 고집을 부린다. 회초리로 때리거나 큰 소리로 위협을 해도 소용없다. 이럴 때는 조용히 기다려주면 그만이다.

안전을 확인한 호택이가 성큼 다리 위로 올라갔다. 한번 건너기로 하면 주저함이 없다. 그가 결정한 일을 되돌리는 법은 절대 없다. 번번이 약속이나 계획을 바꾸는 나와 완전히 다른 상남자다. (99쪽)

 

* 모닥불 앞에서 차를 마시니 세상이 작은 공간 안으로 다 들어온 듯했다. 낮에 무한하게 커졌던 세상은 해가 지면 이렇게 작아진다. 모닥불이 허용하는 공간만이 나의 우주다. (142쪽)

 

* "촛불의 좋은 점은 필요한 것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어둠이 주는 축복이랄까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도록 강요당하잖아요?" (185쪽)

 

* " 그런데 당신은 왜 당나귀를 데려왔나요?"

무언가 멋진 이유를 대려고 했으나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하하하, 당신은 야고보를 닮았군요. 그도 지독한 관종(관심종자)이었죠"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 야고보는 자신이 최고의 제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땅끝까지가라는 말에 열성적으로 응했습니다. 진정한 땅끝은 바로 우리나라죠. 이 사실을 그가 알았다면 우리나라 어딘가가 야고보의 성지가 되었을 겁니다. 야고보는 지독히도 관심받고 싶어 한 인물이랍니다. 하하하 " (크레멘스 인영균 신부)

너무도 정확한 지적이었다.

나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268쪽)

 

* 에필로그

여행이 끝나고 해가 바뀌도고 집필에 미적거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쓰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산티아고 길은 그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걷는 길인데 정작 나는 그 욕심 앞에서 또 길을 잃었다. ....

책은 여러 번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가며 완성되었다. 내가 겪고 느낀 모든 것을 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또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

이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동훈이라는 청년이다. (332쪽)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던 그는 여정이 거의 끝날 무렵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여행은 “만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독서와 같다"며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대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운다고 했다.> 정확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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