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며늘이 페북에 올린 글

칠부능선 2024. 2. 29. 22:21

김연님

설날 아침 늦잠을 자고 나온 나를 보고 시어머니는 고무장갑을 벗어 꼭 안아주셨다.

"연님아, 너네 마음 아파서 어쨌니...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머니는 아지의 존재를 몰랐지만 전날 저녁 우연히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한번 울컥 눈물을 토했는데, 마음이 내내 아프셨나보다.

"있잖아 연님아, 슬픔을 자꾸자꾸 이야기 해야 해."

어머니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지만 친구분이 12년을 키운 거북이를 잃고 가족들이 며칠을 상실의 아픔으로 울며 보냈다는 말씀을 또 해주신다.

자꾸 내가 말하게 하며 나의 슬픔이 얼마나 타당한지 알게 해주셨다.

마치 우리 아지가 주던 분별치 않는 사랑으로 지금의 아픔을 안아주는 것처럼 너무 따스해서 나는 순간 얼음이 깨졌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설날 아침부터 뿌엥하고 울었다.

사실은 펫로스의 감정으로 외면받거나 슬픔을 비교 당할 때 얼마나 상처가 될지 짐작이 되기에 말씀드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많이 사랑하고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원망하게 될까봐.

어머니의 아들의 뒷모습과 옆모습을 능선을 따라다니며 멍 때리고 봤다.

아, 이 오빠는 어려서부터 이리 단단한 심정적 정신적 지지를 받고 살아왔단 말인가, 사람이 말야.

그래서 어느 위기의 순간에든 온전하구마, 사람이 말야.

내가 이루고 싶어 버둥거리며 별짓 다 하는 안신입명(安身立命) 을 저 진흙밭에서도 매일 저절로 하고 살구나.

종종 나도 미심쩍게 묻는다.

"무슨 사람이 그래, 정말로 화가 안나?."

상처와 자책이 추억으로 나아가게 문을 열어 한걸음 나가 보았다.

분별치 않는 사랑은 순수함으로 깨어있다.

받은 사랑을 갚는 길은 오늘을 피우고 깨어나서 그와같이 살아야 함을 깊이 느끼는 요즘이다.

어머니의 다섯번째 수필집 《피어라,오늘》 윤오영 문학상을 받게된 행운에 감사하며 축하를 나눌 때 아지가 떠난 다음날인 걸 상기하시고 더 마음 아파 하셨는데 진심으로 기쁘고 자랑스런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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