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군산 - 고창 / 미당시문학관

칠부능선 2022. 12. 4. 00:54

수욜, 수필반 식구들과 하루 나들이를 꽉차게 했다. 15명이 버스 대절을 했다.

8시 출발 ~ 12시간 동안 멀리 달려갔다 왔다.

10시 반 정도에 군산 도착해서 일제강점기때 곡식을 나르던 경암동 철길을 걸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손이 곱았다. 올해 첫 겨울 느낌이다.

군산은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라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넘치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때 계획도시였다는 거다.

영화 한 편이 이렇게 사람을 불러모은다.

한석규, 심은하의 풋풋하고 애틋한 모습이 떠오른다.

근사한 점심으로 군산 온 값을 다 했다고도 했다.

회와 홍어, 생선구이, 매운탕까지.. 끝없이 나와서 다 못먹었다.

소독이라며 소주도 한잔하고~

무거워진 몸으로 선유도~~

이제 이곳은 섬이 아니다.

 

추워서 걷지는 못하고...

고창으로 달려서 미당문학관,

오래 전에 문학기행으로 온 기억이 생생하다. 변함없이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춘향 유문(春香遺文)

서정주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오월 단옷날 처음으로 만나던날

우리둘이서 푸르던 나무같이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다는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 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나 있을 거여요

친일행각까지 전시되어 있다. 옥상 바로 아래층이다.

이 큰 시인은 잠수함의 토끼가 되지 못했다.

영산홍(映山紅)

서정주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산자락에 낮잠든 슬픈 소실댁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오늘 안내를 한 김 선생은 버스에서 미당의 시를 몇 편 해설하며

미당이 시대를, 나라를 잘 타고 났으면 이백이나 타고르 같이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미당문학관을 나오니 눈발이 날린다. 올해의 첫 눈이다.

몰려오는 씁쓸함은 나 혼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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