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정록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시 - 필사 2006.09.15
'나는 자뻑한다' 자기 스스로 뻑 가야 한다. 스스로에게 매혹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취향을 나누어 즐기는 행위이다. 맨 먼저 자뻑하는 개인이 있어야 예술이라는 물줄기가 형성된다. 자뻑은 예술이라는 커다란 강의 시원始原이다. 예술의 기원은 자뻑이다. - 김점선의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중에서 그림/ 김점선 화백 * 나는 자뻑할 수 있는가. 예술도 예술 나름이다. 화가들은 또라이가 많다. 모두 제 잘난 맛에 취해사는 이들..... 그러나 글은 거개가 참회의 기록이다. 문학은 못난 자들, 실패한 자들의, 지지리 궁상맞은 변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으찌 자뻑할 수 있겠는가. 쫌 심했나. 나으 자조가. 히히 놀자, 책이랑 2006.09.09
영원한 아마추어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 놀자, 사람이랑 2006.09.06
실수 * 얼마전, 딸에게 아들 흉을 봤다. " 네 오빠는 으째서 그렇게 욕심이 없니. 뭐든 죽기살기로 하는게 없어. 너무 여유 부리는거 아니니." " 맞어 맞어." 한참 맞장구를 치는가 싶더니 " 그런데.... 엄마가 우릴 그렇게 키웠지. 욕심없게." 에고....... 머리야. 지금 생각하니 크나 큰 실수였다. 아.. 놀자, 책이랑 2006.09.02
에쿠우스 에쿠우스 노 정 숙 그의 등에 살짝 올라앉았다. 나를 밀어내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잠시 온몸이 굳었다. 미끈한 그의 잔등을 맨몸으로 부딪치고 싶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 두툼한 안장이 그와 나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시켜 주었다. 스페인의 어떤 마에스트로는 말 앞에 서기 전에는 옷을 단정하게 입.. 수필. 시 - 발표작 2006.09.02
그들의 연애편지 내 생애 가장 찬란했던 순간, 그대에게 쓴 한 통의 편지 그들의 연애편지가 당신의 기억을 부른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달콤하거나, 한잔의 투명한 소주처럼 아릿한 사랑의 추억들…… 김훈, 하성란, 함정임, 마광수, 김동리, 이문재, 박상우 등 우리 시대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연애편지를 공개한다 소.. 놀자, 사람이랑 2006.08.31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아무도 모른다 /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축축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다 어.. 시 - 필사 2006.08.31
말을 타다 소나기 따라오는 벌판에 잠시 멈춰서.... 사이사이 원주민 마부와 함께 내 짝궁은 체구는 가장 작지만 말몰이 대장이다 저 걸친 파란 옷이 흘러내려 어찌나 신경을 쓰던지 올려주기 바빴다. 낯선 길에서 2006.08.22
사막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에 당도하니 '사막'이란 시가 생각났다. 그래서 나도 뒷걸음질로 내 발자국을 확인해 봤다. 그런데 나는.......... 어인 일인지 그 순간이 오히려 넉넉해지더구만. 바얀고비 - 부자사막이란 뜻이란다... 낯선 길에서 2006.08.19
길 - 길을 잃고 아침 기상 후 사막 등성이를 염소떼가 올라간다. 초원과 사막이 공존하다. 새벽녘 낮달과 억새 척박한 땅에 살아남기 위해 꽃잎이 작고 단단한 메꽃.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야생화들. 저 길 위에 한 사람 떨구어 놓기도 하고. 넘 심한 장난............. 히히히 낯선 길에서 200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