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 장인숙 자작나무 눈 덮인 자작나무 숲 비스듬이 누운 산 이마에 짧은 햇살을 걸고 새들이 떠난 자리에 나무는 바람을 가두고 바람은 나무를 키운다 벗은 다리 시려와 허연 비늘이 되어도 허락된 뿌리를 내린다 어제의 바람은 어제를 벗고 오늘의 상심은 나무 사이에 걸린다. 숲이 잠에서 깨어난다. 아슬한 봄.. 그림 동네 2006.06.11
神의 걸작 / 임은자 神의 걸작에 색을 실었습니다. 밝고 정겨운 이들과, 깊고 아득한 저들은 기쁘게 교감하며 넘나듭니다. 석류처럼 환하게 터지기도 하고 무화과같이 안으로 안으로만 영글기도 했습니다. 보이는 것에 충실하되, 무게를 덜어내고 즐거운 가슴으로 풀어냈습니다. 그 즐거움으로 인해 예술이 .. 그림 동네 2006.06.10
그림움 / 이길한 '그 림 움' ‘예술가에게 있어서 개성은 영혼의 심장과 같다.’ 단호하게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은 다만 열정이 아닌, 모종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들판의 푸르름은 한껏 가라앉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곳을 스쳐간 사람의 향취와 흔적이 말을 걸어온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은 보는 .. 그림 동네 2006.06.10
Solitary 일에 치여 분주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적막이 있다. 그 침묵을 잡고 늘어지는 시간이 짧기는 해도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는 시간이다. 무거운건 싫어, 늘 비명을 지르지만 눈만 감으면 세상이 빙빙 돈다. 폭탄주 석 잔을 마시고 적당히 가슴이 뛰는데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뜨면 세상은 아직도 너무.. 놀자, 책이랑 2006.06.10
다리 다리 - 이성선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Gerhard Richter Inti Illimani - My Sorrow * 내 生에 너무 빨리 지나버려 외로웠던 시간이 언제였나. 너무 빨리 스쳐 누군가를 외롭게 했던 시간은 언제였나 내 生에 다시 다리앞에 다다른다면 천천히, 다리 아래 물소리 들으며 아주 천천히, 다리 위 하늘에 그림도 그리리다 숨차게 내달린 내 시간들을 애도하며. 놀자, 책이랑 2006.06.09
피천득 샘은 너무해 '그대여 대표작을 써야겠다고 조급해 하지말라. 그대의 삶자체가 이미 대표작이거늘.' 임선희 샘의 이말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를 했지요. 그냥 이렇게 별다른 사고 치지 않고 살면 되는 건가.... 그렇게 좀 느긋해지려다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말라'는 피천득 샘의 말씀을 생각하니.. 놀자, 책이랑 2006.06.08
슬픈 러시아 오늘, 그 제국은 비오는 노천 카페에서 마신 맥주의 맛은 느린 필름으로 돌아가는 풍경화 같다. 여러 종류의 맥주가 있는데 내가 고른 것은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순한 맛이다. 이곳은 맥주 값이 생수보다 싸다. 예전에는 거리의 자판기에서도 보드카를 팔았는데 알코올 중독으로 파괴되는 가정이 많이 .. 낯선 길에서 2006.06.08
내 몸의 반란 내 몸의 반란 내 몸이 반란을 시작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인사를 하는 경비원에게 고개를 숙이는데 등이 당기고 아프다. 이 황당한 인사법이 마땅치 않지만 어찌 해볼 방법이 없어 민망한 몸짓으로 넘기고 있다. 팔이 올라가지 않고 어깨도 아프다. 할 일을 두고 못 보는 성격 탓에 어깨가.. 낯선 길에서 2006.06.07
동의하는가 한국인의 의식화, 1, '나는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2, 나름의 주견으로 '고집'이 굳세다. 생후 18개월 이후부터 가장 많이 쓰는 단어 두 가지가 '엄마' 와 '왜'라는데 우리는 그것을 차단한 채 넘어왔다. 그래서 합리적 사고가 없어졌다고. 아니, 형성되지 못했다고 한다. 생후 2개월에 터.. 놀자, 책이랑 2006.06.06
청색시대 Pablo Picasso Johnny Cash - Wayfaring Stranger 약간 우울한 날 나를 건져주는, 아니 때로는 아주 침몰시키는 음악. 한정없이 빠져드는. 나른함. 놀자, 사람이랑 200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