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2 / 정태춘 1. 저 들 밭에 뛰놀던 어린 시절 생각도 없이 나는 자랐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꿈도 없이 크며 어린 마음뿐으로 나는 보았네 도두리 봄 들판 사나운 흙바람 장다리꽃 피어있는 학교길 보리밭 둔포장 취하는 옥수수 막걸리 밤 깊은 노성리 성황당 돌 무덤 달 밝은 추석날 얼근한 농악대 궂은 밤 동구 밖 도.. 놀자, 사람이랑 2008.03.02
위기 인도양의 모리셔스섬에 살던 도도새는 1681년에 멸종했다 생물학자들은 멸종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유순했다 적이 없다 날지 못했다 역설과 풍자를 읽어내지 못하는 홑눈 도처에 적을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푸른 귀 나누는 셈 밖에 모르는 순한 입 가슴엔 사방들이 문이 열려있어 맑은 종소리 꼬.. 놀자, 책이랑 2008.03.02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 문태준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 날 - 문태준 못자리 무논에 산 그림자를 데리고 들어가는 물처럼 한 사람이 그리운 날 있으니 게눈처럼, 봄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같은 오후 자목련을 넋 놓고 바라본다 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 시 - 필사 2008.02.25
이런 시절 * 이 우렁참이 착잡해지는 건...... Gustave Courbet - 예술가의 초상 Lube - Kon 야간통행금지 - 폴 엘뤼아르 어쩌란 말인가. 적의 보초가 문 앞을 지켜 섰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혀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는데 .. 놀자, 사람이랑 2008.02.25
레몬향기 '레몬향기를 맡고 싶소' 요절한 이상의 마지막 말이다. 레몬향기가 맡고 싶다고... 그 시절에. 어인 브르조아적 취향(?). 모처럼 휴일답게 딩굴딩굴하며 이상과 놀았다. 아무리봐도 이상은 시보다 수필이 백미다. 이상의 산문이 없었다면 시가 그렇게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 놀자, 책이랑 2008.02.24
5초 이내에 결정된다 어느 교수님의 주장(?)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첫만남 5초 안에 결정이 된다. 그러므로 속에 아무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가졌다해도 겉포장이 잘 안되어있으면 호감을 얻을 수 없다. 영어학원에 등록할 돈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해라. 그 정도로 안 되면 대학등록을 미루고 성형이라도해라. 그렇게 .. 놀자, 책이랑 2008.02.16
겨울산 아침에 라디오에서 부동산전문가라는 사람이 땅을 살때는 겨울에 보고 사야한다고 , 여자의 맨얼굴과 같이 겨울은 일체의 장식이 없는 적나라한 맨몸을 볼 수 있다고, 주변환경과 경사도를 정확히 볼수 있다고... 늘 시큰둥하게 듣는 부동산정보인데..... 귀가 확 열렸다. 친구들과 곤지암 친구에게 갔.. 놀자, 책이랑 2008.02.11
설 지내고 이번 설은 노동절도 길지만, 휴식일도 길어서 좋았습니다. 한참 어린 사촌동서들이 이제야 삐약거리는 아그들을 데리고 와서 세배돈을 더 풀어야 했지만 것도 즐거운 일이지요. 우리집은 올해부터 밥벌이 시작한 아들이 세배하고는 봉투를 주데요. 내참........ 나이든 실감도 나고, 흐믓하기도 하고 그.. 놀자, 책이랑 2008.02.10
마음을 살해한다 / 백무산 마음을 살해하다 - 백무산 무거운 것이 바윗덩어리가 아니라 마음인 줄 몰랐다 요지부동인 것이 쇠말뚝이 아니라 마음인 줄 몰랐다 쇳덩이가 변하고 바위가 바귀어도 형체도 없는 마음이 쇠말뚝보다 더 움직일 줄 모른다 마음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인 줄 알았더니 녹슨 청동거울보다 못하다 마음이 .. 시 - 필사 2008.02.03
호생관 최북 / 임영태 책속에서 . 예인은 자기 안에 불멸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다. 목숨 걸고 자기 생의 바닥으로 내려가 존재의 근원을 찾는다. . 필묵의 기표를 잊어야만 진경을 그릴 수 있다. 실경을 그리는 것은 공간에 시간을 덧입히는 것. . 그린다는 것은 피를 파는 일이다. 피 몰래 뼈가 울던 날들을 이제는 바람처럼 .. 놀자, 책이랑 200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