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마음을 살해한다 / 백무산

칠부능선 2008. 2. 3. 23:38
            마음을 살해하다
                                       
                                                                    -  백무산

                        무거운 것이 바윗덩어리가 아니라
                        마음인 줄 몰랐다
                        요지부동인 것이 쇠말뚝이 아니라
                        마음인 줄 몰랐다

                                      쇳덩이가 변하고 바위가 바귀어도
                                      형체도 없는 마음이 쇠말뚝보다 더
                                      움직일 줄 모른다
                                      마음이 세상을 비추는 거울인 줄 알았더니
                                      녹슨 청동거울보다 못하다

                                                  마음이 세상을 지시하고
                                                  입으로 마음을 발설하고서는
                                                  그 족쇄에 갖혀 움직이지 못한다
                                                  늪이 목까지 차올라온 마음이여
                                                  발설하기 두려운 마음이여

                                                                천지간 미치지 못할 곳 없는
                                                                  허공보다 가벼운 마음이
                                                                  태산보다 무겁구나

                                                                    그러면 죄악이람 무엇이겠느냐
                                                                    눈에 보이는 것들 살아 있는 것들
                                                                    다 쏴죽이고서
                                                                    그 시체들이나 잔뜩 쌓아두고 있는
                                                                    마음이여
                                                                    너를 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