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여승 [女僧] / 백 석

칠부능선 2007. 10. 19. 17:27

       

           여 승

 

                                        - 백 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낮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고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