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부쳐먹다 / 김선우

칠부능선 2008. 6. 10. 18:07

 

           부쳐 먹다

                                                   -김선우

 

 

  강원도 산간에 산비탈이 많지요

  비탈에 몸 붙인 어미 아비 많지요

 

 

  땅에 바싹 몸 붙여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목숨이라는 듯

  겨우 먹고살만 한

  '겨우' 속에

  사람의 하늘이랄지 뜨먹하게 오는 무슨 꼭두서니 빛 광야 같은 거랑도 정분날 일 있다는 듯

  그럭저럭 조그만 땅 부쳐 먹고 산다는 -

  붙여 먹는다는 말, 좋아진 저녁에

  번철에 기름 둘러 부침개 바싹 부치고

  술상 붙여 그대를 부를래요

  무릎 붙이고 발가락 붙이고 황톳빛 진동하는 살내음에 심장을 바싹 붙여

 

 

  내 살을 발라 그대를 공양하듯

  바싹 몸 붙여 그대를 부쳐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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