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이쯤에서 장을 접어야 한다. 가능하면 찬사는 가뿐하게 거두고, 질책은 느긋하게 쌓아야 한다. 거름이 될 '참말'이 오히려 그립다. Réal Fournier Mago De Oz - La Rosa De Los Vietos 놀자, 사람이랑 2007.02.22
갈월리의 겨울 갈월리의 겨울 밤 사이 흰눈이 쌓였다. 반겨줄 사람은 없지만 갈월리로 향한다. 텅 빈 듯 한적한 마을에 낮선 손님을 중 개 두 마리가 맞는다. 순한 눈빛으로 거동을 살피며 조금의 거리를 두고 따라온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쌓인 눈은 초라했던 몰골을 풍성하게 가려준다. 흰색의 순수 앞에 찌든 일상.. 수필. 시 - 발표작 2007.02.20
불안 불안은 … ‘불안은 주님의 부르심’이라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죄에 가까이 가 있다는 것, ‘생각’ 까지도 죄의 범주에 넣는 도덕성으로 본다면 그 무거운 부담감은 경고의 의미다. 며칠 전, 의사가 오빠에게 더 이상의 역할을 포기하며 ‘준비’를 시켰다. 폐에 필요 없는 물이 차고 신장.. 수필. 시 - 발표작 2007.02.10
사랑, 오래 통화 중인 것 / 문 인 수 사랑, 오래 통화 중인 것 / 문 인 수 거기는 비 온다고? 이곳은 화창하다. 그대 슬픔 조금, 조금씩 마른다. 나는, 천천히 젖는다. 시 - 필사 2007.02.10
연필로 쓰기 / 정진규 연필로 쓰기 - 정 진 규 한밤에 홀로 연필을 깎으면 향그런 영혼이 냄새가 방 안 가득 넘치더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분처럼 이제 나도 연필로만 시를 쓰고자 합니다 한 번 쓰고 나면 그뿐 지워버릴 수 없는 나의 생애 그것이 두 렵기 때문입니다 연필로 쓰고 지워버릴 수 있는 나의 생애 다시 고쳐쓸 수 .. 시 - 필사 2007.02.10
무해한 자 * 나는 과연 무해한 자인가 의사가 예고한 대로 내 둔한 심장이 이제사 자신의 힘겨움을 알려온다. 불안은 하느님의 경고라고 했다. 죄에 가까이 가 있는것.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누르고, 자꾸 내 발등을 쳐다본다. 아직 뻔뻔 모드다. 발칙함이 남아있다. 휴~ Georgia O'Keeffe Haggard - Herr Mannelig Haggard - Eppur.. 놀자, 사람이랑 2007.02.10
진실 혹은 사실 '책읽기는 행복의 한 형태다. 그리고 이보다 못한 행복이 창작이라는 것이다. 창작이란 우리가 읽었던 것을 잊어버린 뒤 다시 떠올려서 생겨나는 혼합물에 지나지 않는다.' - 보르헤스 오늘 나는 가장 행복한 일을 했지만 그 행복이 온전하지 못했다. 반타작이다 한 권은 그런대로 얻어들은 이야기가 .. 놀자, 책이랑 2007.02.05
[스크랩] 시인세계, 2005 봄호 특집, 시인과 술 시인세계, 2005 봄호 특집 <시인과 술> '시인과 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왜 '바늘과 실'의 관계가 연상될까? 코뚜레를 한 소가 척박한 밭을 가는 것처럼 제 코에 실을 꿰어 달고 옷감 위에 온몸을 던지는 바늘은 언어의 밭을 갈고 재봉하는 시인의 모습과 같다. 크고 힘센 소를 잘 부릴 수 있게 하는 쇠.. 놀자, 사람이랑 2007.01.30
강 - 황인숙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마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마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 시 - 필사 200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