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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맑은 모습

*유경환 선생님이 떠나셨다. 71세로.... 그 수줍은 듯 맑은 얼굴을 다시 뵐 수 없음이 안타깝다. 선생님 영원안식에 들으셨으리. 산노을 테너 신영조 /시 유경환,/ 작곡 박판길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오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며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아, 산울림이 그 모습 더듬네 다가서던 그리움 바람되어 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놀자, 책이랑 2007.07.06

포정을 우러르다

'빼어난 수필가는 장자(莊子)의 에 나오는 포정 같은 장인(匠人)을 그 이상으로 삼는다. "솜씨 좋은 소잡이가 일 년 만에 칼을 바꾸는 것은 살을 가르기 때문이죠. 보통의 소잡이는 달마다 칼을 바꿉니다. 뼈를 자르니 그러합니다. 하지만 제 칼은 19년이나 되어 수천 마리의 소들을 잡았지만 칼날은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저 뼈마디에는 틈새가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것을 틈새에 넣으니 넓어서 칼날이 움직이는 데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19년이 되었어도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죠. 하지만 근육과 뼈가 엉킨 곳에 이를 때면 저는 그 일의 어려움을 알아채고 두려움을 지닌 채 경계를 하고 눈길을 거기 모으고 천천히 손을 움직여 칼의 움직임을 아주 미묘하게 합니다." 백정인 포정이 임금인..

놀자, 책이랑 2007.06.23

시에게 미안하다 /정윤천

사용자 PC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스크립트를 차단했습니다. 원본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시에게 미안하다 - 정윤천 미안하다 나는 언제 옷 벗어부치고 시 써본 일 없었으니 나탈리 망세. 스무 살의 그 여자가, 벗은 몸으로, 분부신 대낮 같은 겁없는 육체의 순간으로, 흠씬 껴안아선, 힘주어선,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할 때, 그녀에게 첼로가 단지 첼로뿐이 었으랴. 사랑한다고 감히 주절거려본적 있었는가. 그 앞에서 제대로 너를 벗어준 적 있었는가. 미안하다 시야, * 이 시를 읽고 나탈리 망세를 찾아보았다. 정윤천 시인의 새 시집 이라는 제목이 딱 맘에 든다. 맛있는 것을 아껴 먹는 사람이 있고, 맛있는 것을 제일 먼저 먹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맛있는 거 부터' 먹으라고 이른다...

놀자, 책이랑 2007.06.19

오어사

*오어사의 그윽함, 오어사에서 만난 정 많은 시인이 생각나서... 두 스님 개울가에서 물고기 한 마리씩 잡아먹고 내기를 했다지요. 한 스님 그냥 똥으로 나오는데 다른 한 스님 먹었던 물고기 살아 나와 헤엄쳐 가더라나요. 파안대소(破顔大笑), 저거 내 물고기야, 외쳐 거기 지은 절 이름 오어사(吾魚寺). 그 스님 천한 근본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행실이 비범해 면천(免賤)받았지만 살다간 승려생활 시정(市井)을 떠나지 않았답니다. 옛날 이야기 한 자리 펼치며 가는 곳 오천(烏川)에는 까마귀처럼 제철공장 검은 흙빛이 누워있는데 고향 떠나 대구에서 사업하다 몸만 망쳤다는 중년의 사내는 서늘한 바람에 지고 있었다 우리는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더러 어떤 이는 물고기의 물고기를 먹고, 우리의 입과 배와 창자는 물고기를..

놀자, 책이랑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