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담양일대 정자를 돌아보는 이번 문학기행의 절정은 가사문학관에서 이정옥 해설사를 만난 순간이었다. 가사문학의 단순한 해설이 아닌, 남도의 한(恨)과 정(情)을 고스란히 낭창낭창 휘어지는 목소리에 담고 온몸으로 흥을 전한다. 보는 이의 가슴까지 풍류로 들뜨게 했다. '견딜만 하면 .. 낯선 길에서 2007.11.01
여승 [女僧] / 백 석 여 승 - 백 석 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낮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고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 시 - 필사 2007.10.19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 시 - 필사 2007.10.19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 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 시 - 필사 2007.10.16
합일의 세계, 자연이 웃는다 / 김정옥 합일의 세계, 자연이 웃는다 광교산 자락, 전원마을에 자리한 작업실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온갖 꽃들이 즐비하다. 홍자색 초롱꽃 수줍게 미소 머금고, 맨드라미 함박웃음이 해사하다. 수련이 있는 연못에는 유유자적 비단잉어의 향연이 한가롭다. 햇살을 머리에 이고,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면 .. 그림 동네 2007.10.09
내 운명을 바꾼 그 부드러움 / 파블로 네루다 내 운명을 바꾼 그 부드러움 - 파블로 네루다 내가 죽을 때, 당신의 손이 내 눈을 덮기 바란다 나는 당신 사랑스런 손의 빛과 말을 원하며 그것들의 신선함이 한 번 더 내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나는 내 운명을 바꾼 그 부드러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잠들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살기를.. 시 - 필사 2007.10.09
그리움 / 이용악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이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 시 - 필사 2007.10.09
좋은 일 간구하던 일이 이루어졌다. 아들이 원하던 2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하늘을 난다. '그래, 애썼다. 그런데....... 너무 들뜨지는 마라' 좋은 일에 일침을 가하는 냉정한 역할을 내가 했다. 어머니께서 '너두 애썼다' 하시는데..... 정말 많이 찔린다. 내가 한 게 무어라고. 아들을 대학 2학년때부터 밖에 내놓아 해방을 시키고 나 역시 해방되었는데. 이제 기본 밥벌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되려 미안스런 마음이 드는구만. 고시공부를 하다가 어느 시기에 접었다. 그때는 많이 칭찬을 했다. 그것도 대단한 용기라고... 고시폐인이 얼마나 많은가. 기다리기 전에 국회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회라는 곳이 잔뜩 바람드는 곳이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기 시작했는데, 공부한 것을 푸는 곳이라서 보람.. 놀자, 사람이랑 2007.10.09
사랑법 첫째 사랑법 첫째 - 고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놓았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놓았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 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하나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놓았습니다. * 사랑을 앓는다.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 올려놓고... Debra Sutherland Gil Shaham & Goran Sollscher - Paganini Sonata No.6 놀자, 책이랑 2007.09.30
조상 덕, 조상 탓 용인 천주교 묘지 안에 있는 <참사랑묘역>에 다녀왔습니다. 가을비 오는 날 엄마, 엄마, 한참 부르다 왔습니다. 지금 내가 무사히(?) 살고 있는 것은 80%가 조상의 덕이고 내 복이 20%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지금 살면서 쌓는 덕의 80%는 내 후손에게 가는 것이라고요. 얼마전 모임에서 들은 이.. 놀자, 책이랑 200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