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울다 冊, 울다 노정숙 불안했다. 나는 그저 얌전하게 눈 맞추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시멘트벽을 향해 내동댕이쳐졌다. 아무 저항도 못하고 쿵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나가 떨어졌다. 당장 피를 흘리진 않았지만 울혈이 깊이 들 것이다. 이건 뭔가. 때도 없이 당하는 이 수모는, 이러고도 숨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수필. 시 - 발표작 2009.07.13
모든 죽음엔 타살성이 있다 모든 죽음은 타살성이 있다 - 노정숙 무슨 죄에 해당할까. 내가 죽인 많은 것들 - 10년 넘게 눈 맞추던 천리향, 오종종한 하얀 꽃이 내뿜는 향은 어찌나 여문지 온 집안을 코티 분내로 감쌌다. 한란과 풍란도 몇 해는 기품스런 꽃대를 밀어 올렸다. 키 큰 선인장 상제각은 게으른 내게 딱 맞는다며 예뻐했.. 수필. 시 - 발표작 2009.01.02
수필 50선 수필 선집 50편 1 갑사로 가는 길-이상보 21 돼지의 대덕-설의식 2 거룩한 본능-김규련 22 들사람 얼-함석헌 3 격황소문-최치원 23 딸깍발이-이희승 4 경주 첨성대 24 마장전-박지원 5 고구려론-정약용 25 모든 좋은 것들-헬렌므로슬라 6 공방전-임춘 26 목근 통신-김소운 7 광문자전-박지원 27 무소유-법정 8 구.. 수필. 시 - 발표작 2008.05.22
마두금 가락에 날다 마두금 가락에 날다 노정숙 울란바타르 시내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였다. 몽골 청년 둘이 들어오더니 한 사람은 피아노 앞에 앉고,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악기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 그것은 마두금이라는 몽골의 전통악기로 몸통은 나무와 말가죽으로 만들었으며, 현은 말의 목털과 .. 수필. 시 - 발표작 2008.05.17
양귀비꽃 양귀비꽃 노정숙 세기를 앞서 간 시인의 삶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초판 출판된 지 150년이 지난 오늘도 보들레르의 시는 묵은내가 나지 않는다. 시대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은 시공을 넘어 현실의 고뇌와 존재 자체의 절망을 공감하게 한다. 정확하고 분명한 문체, 리듬감을 살린 간결한 표현으로 천상.. 수필. 시 - 발표작 2008.01.13
받아주세요 받아주세요 나 삼문 벼랑에 서서 *그대를 기다리렵니다. 땅에 닿는 순간 내려온 것들은 황홀하다는 그대의 말에 동의합니다. 황홀한 죽음의 이불을 걷고 신생의 언어로 내게 오세요. 바람과 놀던 습성을 한량없이 지니고, 바람에 흩어져 없어진 것들 털어 버리고 그냥 오세요. 벗에게 두 번의 절은 받.. 수필. 시 - 발표작 2007.12.02
그 사람, 윤택수 그 사람, 윤택수 김서령이 쓴 ‘그에게 열광하다’를 읽고 어찌 윤택수를 찾아보지 않겠는가. 윤택수가 기억하는 유소년 시절의 풍경은 우리 산과 들에 지천인 숨 붙어 있는 모든 것과 관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절절하다. 쉰다랑, 은굴, 가맛골, 소라실 - 새뜻한 우리말이 때굴거리고, 샤머니즘과 유.. 수필. 시 - 발표작 2007.11.20
불협화음 불협화음 노정숙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굴이 하얀 의사는 살짝 미소까지 띠며 말한다. 지금 내 심장의 상태는 빈혈이 심해서 내가 편히 누워있을 때도 100미터 달리기 중이라고 한다. 내 혀가 달큼한 유혹에 노닐고 내 눈이 깜빡 즐거움에 빠진 시각에도 심장은 저 홀로 숨이 가빴던 것을 .. 수필. 시 - 발표작 2007.08.24
정중히 사양합니다 정중히 사양합니다 전시회장 입구에 꽃들이 줄을 섰다. 맨 앞줄에 꽃대 몇을 겨우 내밀고 수줍게 서있는 소심, 그 옆엔 은은한 연록색 꽃잎을 매단 한란, 멀리서 온 덴파레의 오종종한 홍자색 꽃송이가 늘어졌다. 벽에 기대 멀대같이 서 있는 삼단 화환은 줄서기에서 열외다. 고 예쁜 것들, 아직 다 피.. 수필. 시 - 발표작 2007.05.31
진부와 통속 진부와 통속 - 노 정 숙 ‘실망하지 않고 사는 것.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사랑을 간직하고 사는 것. 시작하는 것. 기도하는 것.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는 것’ 묵상집의 짧은 글이 졸고 있던 나를 깨웁니다. 실망하지 않고 어떻게 이 진창을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실망을 각오하고 부딪치며 나아.. 수필. 시 - 발표작 2007.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