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글꾼 술꾼, 글꾼 노정숙 폭음을 했다. 몸이 한물 간 건지 전에 없이 한 순간에 확 가버렸다. 3차로 간 라이브 카페에서 옛날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갔나 보다. 단발머리 시절에 문학의 밤에서 들었던 ‘Take me home country road’, 조금 더 커서 좋아했던 ‘님은 먼곳에’를 들으며 열렬하게 .. 수필. 시 - 발표작 2011.03.09
내 침대 내 침대 노정숙 아테네의 뒷골목이다. 아라베스크풍의 철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통수를 당기는 한기를 느끼긴 했다. 요괴 문양이 쌍으로 새겨진 침대를 보면서 죽음의 낌새를 알아챘어야 했다. 그때 벽마다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나 보다. 비릿한 냄새와 음울한 기운으로 인해 온 몸에 .. 수필. 시 - 발표작 2010.10.08
거절의 기술 거절의 기술 노정숙 매섭게 거절을 당했다. 공적인 부탁이었는데 그는 안하겠다며 단칼에 끊었다. 화상전화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내 망가진 표정을 감출 일이 난감했다. 그러나 목소리도 얼굴 못지않게 정직하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떨떠름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으리라. 나를 황당하게 한 그는 그.. 수필. 시 - 발표작 2010.08.23
그는 떠났다 북카페 /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그는 떠났다 노정숙 요즘 4대가 한 지붕 아래서 북적인다. 동경에 사는 딸이 외손자를 데리고 둘째를 낳으려 친정에 왔다. 병원에서 검진하는 일은 왜 그리 잦은지. 산달이 가까워지니 매주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머리와 다리, 가지런한 등뼈까지 훤히 들여다보.. 수필. 시 - 발표작 2010.02.18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노정숙 이따금 바람이 필요하다. 태풍이 불어 바다 깊숙이까지 뒤집어 주어야 바다가 썩지 않듯이 내 영혼에도 한바탕 강풍이 불어 가라앉은 기운을 휘저어 주어야 한다. 그 바람이 차고 습해서 류머티즘이 함께 올지라도 지금은 밀어낼 처지가 아니다. 통도사 템플스테이에 갔다. 일주문 .. 수필. 시 - 발표작 2010.01.08
죽음에 이르는 법 죽음에 이르는 법 노정숙 어머니가 쓰러지자 ‘난 죽었다’고 생각했다. 깔끔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가 한 순간에 아기가 되어버린 것에 당황했다. 육체가 정신을 놓아버린 속수무책의 시간들이 흘렀다. 죽을 만큼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죽을 정도는 아니다. 여든 살 넘도록 건강하셨으.. 수필. 시 - 발표작 2009.11.11
冊, 울다 冊, 울다 노정숙 불안했다. 나는 그저 얌전하게 눈 맞추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시멘트벽을 향해 내동댕이쳐졌다. 아무 저항도 못하고 쿵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나가 떨어졌다. 당장 피를 흘리진 않았지만 울혈이 깊이 들 것이다. 이건 뭔가. 때도 없이 당하는 이 수모는, 이러고도 숨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수필. 시 - 발표작 2009.07.13
모든 죽음엔 타살성이 있다 모든 죽음은 타살성이 있다 - 노정숙 무슨 죄에 해당할까. 내가 죽인 많은 것들 - 10년 넘게 눈 맞추던 천리향, 오종종한 하얀 꽃이 내뿜는 향은 어찌나 여문지 온 집안을 코티 분내로 감쌌다. 한란과 풍란도 몇 해는 기품스런 꽃대를 밀어 올렸다. 키 큰 선인장 상제각은 게으른 내게 딱 맞는다며 예뻐했.. 수필. 시 - 발표작 2009.01.02
수필 50선 수필 선집 50편 1 갑사로 가는 길-이상보 21 돼지의 대덕-설의식 2 거룩한 본능-김규련 22 들사람 얼-함석헌 3 격황소문-최치원 23 딸깍발이-이희승 4 경주 첨성대 24 마장전-박지원 5 고구려론-정약용 25 모든 좋은 것들-헬렌므로슬라 6 공방전-임춘 26 목근 통신-김소운 7 광문자전-박지원 27 무소유-법정 8 구.. 수필. 시 - 발표작 2008.05.22
마두금 가락에 날다 마두금 가락에 날다 노정숙 울란바타르 시내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였다. 몽골 청년 둘이 들어오더니 한 사람은 피아노 앞에 앉고, 한 사람은 처음 보는 악기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 그것은 마두금이라는 몽골의 전통악기로 몸통은 나무와 말가죽으로 만들었으며, 현은 말의 목털과 .. 수필. 시 - 발표작 2008.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