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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백홍홍난만중 / 오봉옥

백백홍홍난만중(白白紅紅爛漫中)* 오봉옥 창문을 열었더니 마당에 알록달록한 별들이 떨어져 있었다 엄마별들 사이에 드문드문 애기별도 눈에 띄었다 저 별은 누가 살았기에 붉은 가슴을 가졌을까 저 별은 무슨 꿈이 남아서 아직도 노란 옷을 입고 서성거리는 것일까 저 별은 무엇이 서러워 오도 가도 못하고 상복을 입은 채 앉아있을까 사랑을 앓는 이는 붉은 별이 되고 꿈꾸는 이 노랑별이 되고 못견디게 그리운 자는 죽어서 흰 별이 되는 것일까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 백백홍홍난만중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말, 하얗고 붉은 꽃이 만발하게 피었다는 뜻

시 - 필사 2021.07.14

결국, 이를 뽑다

무단히 한쪽 이가 떨어져나갔다. 그 자리가 매끈하여 통증도 없다. 그래도 치과에 갔더니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우기로 했다. 신경치료 4번 만에 실패하고 결국 발치하고 바로 인플란트 나사기둥을 박았다. 이런... 오래 전 이 치과에서 첫 인플란트를 했는데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기억만 있다. 그런데 .... 아, 공포스러웠다. 마취주사를 맞는 순간 아프고, 그 후 통증 없이 짐작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무서웠다. 그 중에 의사가 간호사한테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흐믓했다. 젊은 의사가 간호사들한테 깍듯한 존댓말을 하는 게. 당연한 이 모습에 내 맘이 좀 안정이 되었다. 한 달 넘게 신경 치료한 걸 불평할 수도 있지만 의사의 성의로 생각해야 맘이 편하다. 뭐든 내 손으로 할 수 없는 건 순응해야 한다. 어..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작가" 큭큭 웃음을 자아내게 하던 빌브라이슨, 여전하다. 에팔레치아 트레일은 장거리 등반이다.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조지아주에서 메인 주까지 14개주를 관통하는 대 장정이다. 3,520킬로미터 중에 1,392킬로미터를 친구와 함께 걸은 기록이다. 떠나기 전에 안내책자들을 읽으며 상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여곡절과 좌충우돌 중에도 곳곳에 폭소가 장전되어있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독특한 여행을 숨죽이며 따랐다. 상상할 수 없는 잔잔한 스펙타클이다. 함께 간 친구 카츠도 특이한 케릭터다. 결국 친구를 잃어버리고, 길을 잃어버린 후 다시 만나 한 마음으로 종주를 포기한다. 첫 장에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다섯 페이지가 이어진다. 뒷표지에 몇 줄로 감당이 안 되는 거다. 그..

놀자, 책이랑 2021.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