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 이정록 등 이정록 암만 가려워도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첫애 업었을 때 아기의 입술이 닿았던 곳이다 새근새근 새털 같은 콧김으로 내 젖은 흙을 말리던 곳이다 아기가 자라 어딘가에서 홧김을 내뿜을 때마다 등짝은 오그라드는 것이다 까치발을 딛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손차양하고 멀리 내다본다 오래도록 햇살을 업어보지만 얼음이 잡히는 북쪽 언덕이 있다 언 입술 오물거리는 약숟가락만한 응달이 있다 -계간 2021년 봄호 시 - 필사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