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백백홍홍난만중 / 오봉옥

칠부능선 2021. 7. 14. 20:49

백백홍홍난만중(白白紅紅爛漫中)*

오봉옥

 

 

창문을 열었더니 마당에 알록달록한 별들이 떨어져 있었다

엄마별들 사이에 드문드문 애기별도 눈에 띄었다

저 별은 누가 살았기에 붉은 가슴을 가졌을까

저 별은 무슨 꿈이 남아서 아직도 노란 옷을 입고 서성거리는 것일까

저 별은 무엇이 서러워 오도 가도 못하고 상복을 입은 채 앉아있을까

사랑을 앓는 이는 붉은 별이 되고 꿈꾸는 이 노랑별이 되고

못견디게 그리운 자는 죽어서 흰 별이 되는 것일까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 백백홍홍난만중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말, 하얗고 붉은 꽃이 만발하게 피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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