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무허가 / 김계수

칠부능선 2021. 7. 9. 08:12

무허가 

김계수

 

 

버스 정류장 25시 편의점 앞

함양댁 식당이 헐리고 있다

함양댁 허리둘레 같은

무허가 기둥이 헐린다

 

김씨가 내일 새벽 공사판 일만 있었더라면

박씨가 한 병 더 마시자는 김씨의

부탁을 들어주었더라면,

길 잃은 고양이가

김씨에게 늦은 저녁을 구걸하지 않았더라면,

소주병을 비울 때마다 높아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좁다란 평상이

평평하게 잡아주었더라면,

함양집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더러

사람의 품과 품에도

함부로 낯선 정이 드는 법인데

이까짓 무허가가 무슨 대죄냐고

땅을 두르리며 함양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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