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네플릭스에서 <백년의 고독> 8부작을 봤다. 연속~~ 새벽 3시까지.
책으로 읽을 때 엉키던 이름이며, 환상을 따라가지 못하던 내 상상력이 너무 쉽게 풍경으로 펼쳐졌다.
차례를 순차적으로 바꿔서 이해도를 높였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아닌데....
바로 책장에서 오래 전에 읽은 <백년의 고독> 군데군데 접혀진 책을 꺼냈다.
영화는 1권의 마지막까지 안 가고 끝을 냈다. 정치적인 메시지만 전한 듯, 뭐. 영화만 두고 본다면 그것도 괜찮다.
모두 읽고 나니, 영화의 다음편이 기대된다. 어려울까?
영화는 19금이지만 2권에는 더 지독한 사랑, 아니 사랑이란 말은 너무 순하게 느껴지는 열정이 난무한다. 파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과열.
생소했던 라틴아메리카 문학, 콜롬비아 産 마르케스는 1967 <백년의 고독>을 발표하고 198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설화와 상상이 마법처럼 환상적인 이런 글이 '마법적 리얼리즘'이라고 한단다. 전체를 상징과 은유로 해석해야 하며 삶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고 있다는 양피지에 적힌 운명대로, 그 복잡하고 거듭되는 이름처럼 반복적으로 돌아간다. 이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예감한다.죽어있는 몸이 외로움을 참을 수 없어 돌아오기도 하고, 너무 이름다워서 흠모하던 남자들이 죽어나가는 미녀 레메디오스는 이불 시트를 감싸고 하늘로 올라가버렸다.
4년 11개월 2일 동안의 대홍수, 10년 동안 지속된 가뭄, '마꼰도라는 낙원'에서 저질러진 타락의 정화와 다가온 신생에 대한 소망의 무참한 좌절, ....
쉼표로 이어지는 길고, 긴 문장 안에서 접영을 하기는 힘들겠고, 느긋하게 배영을 해야한다.
사촌과 결혼하며, 근친상간의 저주에 공포가 있지만, 유혹과 두려움 속에 현실과 비현실이 엉켜 백년 동안 고독하게 반복된다. 고독은 숙명이다.
* (아들을 찾아) 행방불명된 지 거의 다섯 달이 지났을 무렵 우르술라가 갑자기 돌아왔다. 그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 더 젊고, 활달한 모습으로 도착했던 것이다. (1-61쪽)
우르술라, 120년 이상 살았고 100세 무렵 눈이 멀었지만, 가족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처신한다. 실제적인 부엔디아 가문을 이끈 어머니이며, 이상향- 마꼰도를 통치한 지도자다. 이방인들이 들어오고 정부가 개입학 전까지 .
* "전쟁이 터졌다"
사실, 전쟁은 이미 석 달 전에 터졌었다.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그 사실을 제떼애 알았던 사람은 돈 아뿔리나르 모스꼬떼뿐이었지만, 그는 군대가 마꼰도를 기습 점령하러 오고 있을 때도 그 얘기를 아내에게조차도 하지 않았다. (1- 155쪽)
* "하느님 맙소사"
우르술라는 어디서부터 피가 흘러나왔는지 알아내려고 핏자국을 되짚어가기 시작해 곡식 창고를 지나 아울렐리아노 호세가 셋 더하기 셋은 여섯이고, 여섯 더하기 셋은 아홉이라고 종알거리고 있는, 베고니아가 있는 복도를 지나, 식당과 거실들을 건너, 거리를 통해 곧장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왼쪽으로 돌아, 빵을 구울 때 두르는 앞치마를 두르고 .... .... 마침내 피의 출처를 발견했는데, 그 피는 호세 아르까디오의 오른쪽 귀에서 흘러나왔던 것이었다. (1-201쪽)
* 물론, 외지 사람들은 미녀 레메디오스가 결국은 여왕벌이 될 수밖에 없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따랐는데도 가족들은 승천 운운하면서 그녀의 명예를 지키려 애들을 쓴다고 생각했다. 샘이 나서 죽을 지경인 페르난다는 결국 그 기적을 인정했으며, 침대 시트들을 되돌려달라고 오랫동안 하느님께 계속해서 기도했다. (2- 57쪽)
* 그녀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도 바늘에 실을 꿰고, 옷에 단춧구멍을 낼 수 있었고, 우유가 언제 끓을 것인지도 알아냈다. 가가의 물건들이 있는 장속를 어찌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지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그녀 자신도 잊곤 했다. (2- 69쪽)
* 비가 그쳤다. 어느 금요일 오후 두 시, 희미하고, 빨갛고 벽돌 가루처럼 까칠까칠한, 그리고 시원한 물에 버금갈 정도로 상쾌한 태양이 빛났고, 십년 동안 다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마꼰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2-186쪽)
* 책 속의 현실에 틀어박혀 있던 그와 같은 남자에게, 오후 여섯시에 책가게에서 시작되어 동틀 무렵 사창가에서 끝나곤 했던 그 시끌벅적한 모임은 하나의 계시였다. 진탕 마시고 놀던 날 밤 알바로가 피력했다시피, 문학은 인간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좋은 장난감이라는 생각을 그 당시까지는 전혜 해본 적이 없었다. (2- 265쪽)
* 노파는 내란이 일어나기 훨씬 전, 대령이 저 영광의 고독과 실의의 망명을 경험하기 훨씬 전에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하라는 생에 첫번째 명령을 내리기 위해 그녀의 침실을 찾아왔던 이른 새벽녁의 램프 불빛에 보았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을 다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노파는 삘라르 떼르네라였다. 몇 해 전에 백마흔다섯 살이 되었으나 이제는 나이를 헤아리는 해로운 습관을 포기한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잊혀져 있는 정지된 현대 시간 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카드 점을 통해 염탐을 하고 음험한 예측을 함으로써 혼란스러워져 버린 그 미래가 아니,이미 다 알고있기 때문에 살아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미래 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 밤부터 아우렐리아노는 그 동안 모르고 지냈던 고조할머니의 애정과 동정 어린 이해 속에 은신했다. (2- 276쪽)
삘라르 떼르네라는 형과 동생을 공유하고, 자매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쌍둥이 형제를 빠드라 꼬떼스가 공유한다. 고모와 조카의 위태로운 행각, 이모와 조카는 근친상간의 전통이 거듭되다가 결국 돼지꼬리가 달린 아기를 낳고 백년의 고독은 막을 내린다.
* 그때 아기를 보았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벙벙하게 부풍어올라 있고, 피부는 바짝 마른 가죽 같은 시체로 변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개미떼들이 다 모여들어 아이의 시체를 마당에 있는 돌투성이 샛길을 통해 어렵사리 개미 소굴로 끌어가고 있었다. 아울렐리아노는 꿈쩍도 할 수 없었다. 혼수 상태에 빠져 몸이 굳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 경이로운 순간에 멜키아데스가 남겨둔 결정적인 해결 코드들이 그에게 떠올랐고, 인간의 시간과 공간에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양피지의 헌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 (2 -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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