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9

증손, 첫 대면

친정 장조카의 딸이 아기를 낳았단 소식 들은 게 한참 전이다. 그러니까 내게 친정의 증손인거다. ㅋㅋ 조카가 사위를 데리고 와서 우리 아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가깝다고 온 식구가 따라 나섰다. ​ 오늘 들은 이야기 중 남는 것은 조카 손녀의 시할아버지는 97세인데 미국에 사는 큰아들네를 혼자 다니신단다. 비지니스석 타신지도 몇 해 안된다고 한다. 한 계절씩 오가며 사신단다. 증손을 보러도 다녀가셨다고 한다. 집 앞에 칼국수를 먹으러 가실 때도 옷을 딱 챙겨입고 가신단다. 100세 시대를 절감하며 배울 점이 많다고 끄덕였다. ​ ​ ​ 40일된 희노의 첫 나들이. 아기는 피어나는 기운이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주 2일씩 다니며 봐준단다. ​ 외할머니인 조카며느리는 말을 쉬지 않는다. 옹알이를 유도하고 옹알..

오우가, 8월

한 달에 한번 만나는 비주류 고딩친구 다섯. 오늘은 완전체다. 가정법원 조정일을 하고 있는 친구는 아직도 일이 많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는 모두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다. 97세 시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친구에게도 칭찬 박수를 보낸다.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늦게 합쳤으니 그나마 다행인건지. 무던한 성격이라 묻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지금 자임과 내가 제일 자유롭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 돈이 되지 않을지라도 당당(?)하게 산다. 그도 나도 처음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또 느낀다. ​ ​ 요한성당 근처에 김치짜글이가 맛있는 집이라고 자임이 데려갔다. ​ ​ 모듬고기와..

인사동에서

임헌영 선생님을 모시고 임원들과 '촌'에서 점심을 먹고 한옥찻집에 왔다. 잡지 일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잡기에 도움이 되었다. 모두들 선생님이 너무 여위셨다고 걱정했다. ​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늙어서 그래요. 80 넘으면 다 그래요." ​ 에고~~ 슬프다. ​ ​ ​ 선생님이 일어나시고 좀 더 있다가 나오는데 소나기다. 한옥찻집 처마 밑에서 잠시 비 멍을 하고. ​ ​ ​

여행작가 임택 특강

오랜만에 만난 임택 작가는 더 젊어진 모습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다보니 좀 있으면 딸과 같아질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여전한 모습과 입담에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 노령에 시작해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견한 몇몇을 소개하며, 나이 상관하지 말고, 하고싶은 일은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이야기다. 책에 나온 이야기 절반 정도, 새로운 사건들과 앞으로 계획도 소개한다. 솔직한 어법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주에 15일간 몽골여행을 다녀왔다. 계획없는 몽골 여행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세 사람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ㅋㅋ 내년에 좀 더 보강해서 또 갈 예정이라고 한다. ​ 끝나고 사진을 찍고... 근처 카페에서 팥빙수를 먹고, 몽골 함께 간 이의 말이 여자 5명이 물주전자 하나로 씻었다고 한다. 며칠 씻지 못..

엔리오 더 마에스트로

친구 둘과 번개로 오리cgv에서 다큐 영화를 봤다. 일찍 만나 점심을 먹고 차도 얼른 마시고~~ 12시 15분 부터 3시까지 꼼짝없이 푹 빠졌다. 엔리오 모리꼬네(1928~2020)에게.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와 영화음악에 대한 열정, 천재의 일생을 그렸다. ​ 같은 서부영화의 음악이 어찌 만들어졌는지, 그의 실험정신을 보았다. , ,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 모리꼬네는 의사가 되고싶었지만, 트럼펫연주자인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하게되었다. 어려서 한때, 아버지를 대신해 밥벌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 모리꼬네 음악은 늘 독창적이다.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고, 현대음악의 거장이라는 죤 케이지 연주를 본 이후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시도했다. 파격적인 실험 음악이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 모리꼬네는 ..

고립주의자 / 이루마

수필반 이정희 선생님의 초대를 받았다. 엄마를 이어 두 딸이 현대무용가다. 작은 딸 이루마의 안무 데뷔 무대다.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8시 공연이다. 수욜, 수필강의를 마치고 롯데 지하에서 점심을 먹고 차 두 대로 창경궁을 찍고, 바탕골소극장에서 4시 40분 '연극라면'을 보고, 샤브샤브로 저녁을 먹고, 7시 40분 공연장에 갔다. 꽉찬 스케줄대로 하루 네 탕을 뛰고 11시 경 귀가. 13시간을 잘 놀았다. ​ ​ ​ 창경궁은 우리 역사의 파란을 다 품고 있다. ​ ​ ​ ​ ​ ​ ​ ​ ​ ​ ​ ​ ​ ​ ​ ​ ​ ​ ​ ​ ​ 창경원이던 시절에 있던 식물원만 그대로 있다. ​ ​ 막간에 카페에서 잠시 열기를 식히고~ 시간 맞춰 바탕골 소극장으로 ​ ​ ​ ​ ​ 이른 저녁 ​ ​ 경쾌한 음악소리..

놀기 좋은 날

윤희가 왔다. 생선과 참송이 굽고, 가지, 호박 나물 볶고, 갈치젓에 쌈채소, 거의 김농부산이다. 덩달아 나도 맛있게 먹고 탄천에 나갔다. 조금 걷다가 윤희가 네잎클로버를 세 개 찾았다. 나는 지금까지 네잎클로버를 한 개도 찾지 못했다. ​ "원장님이 제일 좋아요" "왜?" "이름에 원자가 들어가서요." ​ 윤희는 이런 애기들과 노니 참 좋겠다. 나보다 10년 어린데도 정서가 잘 통한다. 맏이라서인지 속이 깊다. 일상을 들으니 아기들은 너무 이쁜데 젊은 엄마와 어린 선생들이 무.섭.다. 할 일 다 밀어두고 6시간 잘 놀았다. ​ ​ ​ ​ ​ ​ 이번 비의 잔해들은 작년보다는 얌전하다. ​ ​ ​ ​ ​ ​ 앙증맞은 가방이 이쁘다고 하니... 놓고 갔다. 이그~~ 칭찬하는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되겠다. ​..

제29회 청색시대 출판기념회

상반기 행사가 잘 지나갔다. ​ 이번에 부산, 대구, 경산, 포항, 울산 등지에서 많이 오셨다. 3년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고맙다. ​ ​ ​ ​ 순국선열과 작고문인들께 묵념 " 발에 차이는 게 글감이다. 사물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글쓰기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글을 못 쓴다. ... 나가 죽으라. " 폭소 끝에 죽비가 있다. ​ ​ 행사가 끝나고 임헌영 선생님을 엘리베이터에서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회장이 택시를 태워드리지 그랬냐고 한다. 에고~ 고맙다고 전화드리며, 회장 말을 전하니까 "내가 돈이 없어요, 차가 없어요. 좀 걷은 게 좋아서 지하철 타는 거에요." 역시 멋지시다. ​ ​ 임헌영 선생님과 임원진 멀리서 오신 서강홍, 정인호, 배소희, 우명식, 이장춘 선생님과 ​ ​ ​ ..

'오천원'의 주인공

비오는 날 내 글 '오천원과 오만원'에 오천원의 주인공인 조 선배님을 만났다. 11시 10분 전에 3인이 만나 출발, 11시 30분에 선배님 픽업해서 예약한 식당에 가는데 7분 거리를 30분 헤매고 찾아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빗발이 거세어 앞이 안 보이기도 했지만 네비조차 잘 못 인식했으니... 내 순발력, 판단력.. 이런 것들이 다 죽어버렸나보다. 이제 운전할 때 긴장이 필요한가. ​ ​ 84세 동갑인 두 선배님, 예전보다 기운이 나아지신 듯해서 반가웠다. '가오리와 방패연'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한식당이다. 조 선배님은 오늘도 변함없이 서빙하는 사람에게 신권 오천원을 건냈다. 우리를 위해 선물봉지 세 개를 준비하셨고. ​ ​ ​ ​ ​ 분당에 와 힐튼호텔에서 차를 마셨다. 새로 생긴 곳이라 한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