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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다는 말 / 김명기

근본 없다는 말 김명기 마당가 배롱나무 두 그루에 꽃이 한창이다 한 그루는 장날 뿌리째 사다 심었고 한 뼘쯤 더 자란 나무는 가지를 베어 꺾꽂이했다 뿌리째 심은 나무는 사방 고르게 가지를 뻗어 꽃 피우고 베어 심은 것은 뿌리내리며 가지를 뻗느라 멋대로 웃자랐다 그중 제일 먼저 뻗은 가지는 땅을 향해 자란다 죽을 수도 있었는데 죽을 힘 다해 살았겠지 기댈 데가 없다는 건 외롭고 위태롭다 죽을 수가 없어 죽을 힘 다하는 생 뿌리가 얼마나 궁금했으면 아직도 땅을 향해 자라날까 무심코 내뱉는 근본 없다는 말에는 있는 힘 다해 뿌리내리며 허공을 밀어 올리는 수없는 꺾꽂이 같은 삶이 깊숙이 배어 있다

시 - 필사 2022.03.05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 이어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이어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운율은 출렁이는 파도에서 배우고 음조의 변화는 더 썰물과 밀물을 닮아야 한다. 작은 물방울의 진동이 파도가 되고 파도의 융기가 바다 전체의 해류가 되는 신비하고 무한한 연속성이여 시의 언어들을 여름바다처럼 늘 움직이게 하라 시인의 언어는 늪처럼 썩는 물이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은 부패하지 않지만 늘 목마른 갈증의 물 때로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갈증을 겨디며 무거운 짐을 쉽게 나르는 짐승 시를 쓰려거든 여름바다처럼 하거라.

시 - 필사 2022.03.05

시간과 속도

20대는 20킬로로 달리고, 60대는 60킬로로 달린다는 말은 맞다. 하루하루가 아닌, 한 주일 단위로 살고 있다. 한 주일이 뭉텅뭉텅 지나간다. 월욜, 자임네 부부와 자임 생일 점심을 거하게 먹었다. 우리동네 '취영루'에서 코스가 아닌 요리로만. 이렇게 주문하니 음식이 모두 맛있다. 스벅에 가서 커피까지. 옛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푸근하다. 같은 시간을 가까이서 건너온 사람들만의 공감대가 있다. 헤어지고 오는 길에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고. 화욜, 자임과 둘이 번개팅. 모자를 샀다고 전해주러 왔다. 이매역에서 만나 또 서현역으로 가서 모밀국수와 만두로 점심을 먹고, 또 커피 후 탄천으로 걸어왔다. 덕분에 걷기까지. 수욜, 봄학기 첫 수업이다. 새 회원이 한 명 들어왔다. 14명 정원이니 대기자가 많다고 ..

김선우의 사물들 / 김선우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 3시까지 읽었다. 잠이 오면 좋고, 잠이 오지 않아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좋다. 가끔 떡실신도 하니 걱정할 건 없다. 눈이 너무 아플때는 책 읽어주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눈 감고 있으면 어느새 잠들고 ... 오래 전, 내가 문단에 입문했을때 오선생님 따라서 간 명동 어딘가에서 '해외이주민을 위한' 공연에서 김선우 시인을 만났다. 문인과 가수의 콜라보다. 그때 해외에서 노동자들이 막 들어올 때였다. 고은 시인과 이야기 하면서 중간 중간에 가수 이은미가 노래를 했다. 그때 사회를 보던 까칠한 시인의 모습, 이은미의 품 너른 성품을 느꼈다. 대담은 아슬아슬 했고, 노래는 좋았다. 그래, 김선우 시인도 아주 젊을 때다. 이 책을 보니 그간 흐른 시간이 느껴진다. 민감함은 여전하지만 많이 ..

놀자, 책이랑 202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