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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 바르다의 말 / 아네스 바르다, 제퍼슨 클라인

몇 해 전, 을 본 게 아네스 바르다와 첫 만남이었다. 이 책은 1962년부터 2017년까지 55년간 바르다가 행한 20편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바르다는 늘 경계에 서 있었다. 자신을 주변인이라 여기며 늘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사진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설치 예술로 새 영토를 개척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과 교감하며 자신만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표현했다. 누벨바그의 대모로 칭하는 그는 말년까지 왕성한 창작욕을 보인다. 암 합병증으로 90세에 사망. * 피에시 : 의뢰받은 영화를 만들면 아무래도 풍자적 요소를 가미하게 되나요? 바르다 : 저는 풍자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아요. 웃는 건 좋아하죠. (이 영화의 제목을 '에덴동산'이라고 지을까도 생각 했어요.) 하지만 풍자는 누군가를 조롱하..

놀자, 책이랑 2022.03.31

그런, 미나리 / 강정숙

그런, 미나리 강정숙 사는 게 늘 뻘밭이기만 했을까 가늘고 여린 허리로 주춧돌을 세울 때도 있었지 그런 날을 견디느라 저 작은 잎들은 부신 빛을 끌어들었지 전원주택 단지인 그 동네 언덕 아래 오래된 집 납작한 단칸방에서 낡고 얼룩덜룩한 벽지를 뜯어내고 눈꽃같이 포근한 벽지로 되배될 방을 꿈꾸며 겨울이면 따스한 불빛의 전구를 달고 여름이면 작은 선풍기를 돌려 바람을 안아 들이던, 길가로 난 작은 창엔 사철 수런수런 발걸음 소리,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고 밤이면 들창을 닫아건 뒤 불 탁 끄고 잠자리에 들 때의 그 아늑하고 달콤했을 사랑의 정처 그리하여 파릇한 새 계절 오면 몸에 물 올리고 향내 들였으나 고인 물속 거머리 떼 장딴지에 기어올라 새빨갛게 피 빨리고 속잎 누렇게 떠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던 그 아픈..

시 - 필사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