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2 4

보라색 고양이 / 조후미

읽던 책을 미루고 얼른 다 읽었다. 기대감을 충족했다. 재미있게 읽다가 감동을 덤으로 얻는 1+1 같은 수필 수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부터 수필의 최대 강점인 ‘형식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녹여낸 수필을 쓰고 싶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오로지 수필만 사랑해 온 의리파 독자뿐만 아니라 수필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외면했던 타 장르의 독자에게도 수필은 이렇게나 흥미진진한 글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다가 감동을 덤으로 얻는 1+1 같은 수필을 쓰고 싶다. ... 언제쯤 이규보 같은 명문장가가 될 수 있을까? 천년 후에도 독자들에게 기억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언제쯤 묵직하게 향기로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지위고하 격차 구분 없이 쉽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언제..

놀자, 책이랑 2021.11.12

땡감 설(說) / 조후미

땡감 설(說) 조후미 사내가 계집을 찾는 것은 세상 이치요 음양의 조화라. 사내와 계집 사이만큼 끈적이는 것이 하늘 아래 또 있을런가. 알고 보면 그도 그럴 것이. 그네들은 태생이 자궁이니 찐득찐득 끈적거리는 것이 당연지사 명약관화로다. 허나, 화접(花蝶)이 꿈을 꾸되 동상이몽이렷다. 계집은 마음이 동하는 사랑을 원하고 사내는 몸으로 사랑을 구하니, 계집을 찾는 사내의 욕심은 앞뒤 잴 것도 없이 아랫입이구나. 비극도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나온 곳이 같고 먹고 자란 것이 같으나 생각은 다르니 도무지 이해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더란 말이냐. 계집 마음을 얻으려고 해구신에 비아그라 좋다는 약 모다 먹고 쇠구슬에 해바라기로 꽃 장식을 했것다. 허나 야동이란 야동 다 섭렵해도 알 수 없는 것이 계집의 마음이..

산문 - 필사 + 2021.11.12

지막리 고인돌 / 조후미

지막리 고인돌 조후미 엔날에는 전라남도 진도를 옥주沃州라고 했어라. 땅땡이가 겁나게 넙고 지름징께 그케 불렀다고 합디다. 요새도 뱃꾼보다 농사꾼이 더 많애라. 째깐 매한 섬이지라잉. 지도를 피고 진도 동쪽을 찬찬히 살피믄 첨찰산 끄터리에 지막리라는 마을이 걸쳐있어라. 뒷산에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었응께 상당히 유서 깊은 동네것지라잉. 동네로 나댕기는 질 한피짝에는 찔쭉한 도팍이 서 있는디라 어르신들이 그 독을 슨돌이라고 부릅디다. 마을에 슨돌이 있다는 것이 뭔 뜻인지 아요? 그것은 엔날꼰날부터 거그서 사람들이 살았다는 뜻이제라. 시방은 서울 같은 도시서 사람들이 오굴오굴 몰려 살지만 선사시대 때는 맹수들이 무사서 섬에서들 살았당께라. 섬에서 살다가 차근차근 육지로 퍼져나간 것이지라. 선사시대부터 사람..

산문 - 필사 + 20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