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던 책을 미루고 얼른 다 읽었다. 기대감을 충족했다.
재미있게 읽다가 감동을 덤으로 얻는 1+1 같은 수필
수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부터 수필의 최대 강점인 ‘형식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녹여낸 수필을 쓰고 싶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오로지 수필만 사랑해 온 의리파 독자뿐만 아니라 수필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외면했던 타 장르의 독자에게도 수필은 이렇게나 흥미진진한 글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다가 감동을 덤으로 얻는 1+1 같은 수필을 쓰고 싶다.
...
언제쯤 이규보 같은 명문장가가 될 수 있을까?
천년 후에도 독자들에게 기억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언제쯤 묵직하게 향기로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지위고하 격차 구분 없이 쉽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언제쯤 진정한 수필가가 될 수 있을까?
...
수필가로 살아가는 동안 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책 머리>에서
새롭고 자유로운 형식을 취한 작품이 많다. 재미있게 읽힌다. 읽고난 후에 의미도 생각하게 한다. 재미와 의미, 감동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했다. 수필에 대한 지고한 열정이 즐겁게, 혹은 경쾌하게 펼쳐진다.
향기롭게 쓴 1장은 마냥 향기롭지는 않다.
세상살이의 쓴맛을 단방에 독한 에스프레소와 싱겁게 쓴 아메리카노에 대입시킨다. 끈끈하고 애틋한 가족사가 펼쳐진다. <오덕 씨의 삼각관계> 이 작품이 책 제목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2장 융합수필
<땡감 설說>은 성담론을 판소리풍을 빌려 거침없이, 심도 깊게 그려놓았다. 남자와 여자의 성 본질의 차이를 땡감에 비유해 풀어놓은 절창이다. <쑥 캔 들> 호랑이와 곰의 단군신화를 동화처럼 엮었다. 슬슬 웃음이 난다.
3장 수필산을 오르며
<운정雲亭 (윤재천)에 흐르는 운호雲湖 (조후미)> 오래 전 윤교수님 강의를 떠올린다. 그땐 그렇게 신선했다.
<날개를 달고 날게> <수필만록> 수필에 대한 지고한 생각이 담겨있다.
새로운 수필 <T1000과 청개구리>를 읽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재를 위한 TMI'까지 읽고야 해석이 된 걸 보면 나도 아재 맞다. 그래도 이런 상큼한 발상이 참 좋다.
4장 진도에서 살어리랏다
진도 출생인 작가가 16년을 살고 목포로 유학을 나왔다. 진도혼이 새겨진 사투리 수필, <지막리 고인돌>에 무릎을 친다. 조후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진도 애환이 담여있다.
5장 융합수필에는 실험수필이 6장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일상이 그려있다. 미래가 과거 되는 시간은 그리 멀지 않다.
탄탄한 수필집 <보라색 고양이>를 읽고 나니 조후미 작가가 믿음직스럽다.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으로 만들어서 더 보람된 책이다.
삶의 열정이 수필로 이어질 것이다.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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