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밤 겨우내 먹겠다고 욕심껏 주워 온 눈에 띄는 대로 수탈의 표적이 되어 김치 냉장고서 겨울을 난 산밤을 깐다 미라처럼 생이 정지된 어리고 말랑한 밤벌레의 주검 어느 모태가 슬어 논 유전자의 보금자리였을까 한 생을 일용할 약식이었건만 서서히 굳어가는 추위와 맞서 굴을 파고들며 버티던 생애도 비정한 추위 앞에서는 다 무용지물이었듯 썩어서 먹을 수 없는 산밤 내다 버리며 소나무 먹는 송충이나 밤을 먹는 밤충이나 헛 욕심에 눈먼 나도 식충이처럼 평생을 먹거리 포로로 끌려간다는 생각에서 오싹 전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