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자기 결정 / 페터 비에리

칠부능선 2021. 5. 12. 15:13

 친구가 작은 딸이 '결정 장애'가 있다고 했다. 무엇이든 얼른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중한 성격에서 나오는 폐단(?)이기도 하다.

나처럼 속전속결로 결정하는 사람은 후회가 따른다. '후회는 없다. 돌아보지 않겠다' 고 세뇌했지만 다 속절없다. 괜한 허세다. 돌아보니, 이제 절로 돌아봐진다. 늙은 육신보다 늙은 정신을 두려워했는데, 이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얇은 책인데도 쉬이 읽히지 않고 걸린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3일간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서 그런가. 구어체 번역이 어려운 탓인가.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 그럼, 그럼. 

 

 

*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독서보다 좀 더 큰 역할을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는 무의식의 판타지라는 깊은 기저에서 온 것일 때라야만 읽는 사람을 사로잡는 큰 매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내적 검열의 경계를 느슨히 하고 평소라면 무언의 어둠 속에서부터 경험을 물들이던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은 거대한 내적 변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한 편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전의 그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 29쪽

 

*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존엄성과 자유가 있는 삶 속에서 나는 다른 방식이 아닌 내가 보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이해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지구상 어느 땅에 살든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뤄낸 것입니다.  - 87 쪽

 

*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과 두 명성이 확대될수록 내적 자유도 확대되어 맹목적으로 각인되었던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양과 깨어남의 과정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은 고정되거나 최종적인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존재에 있어 특별한 점은 그 자신이 항상 새롭게 화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이해된 교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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