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불안한 행복 / 김미원

칠부능선 2021. 5. 8. 20:59

오랜 전, 김미원 선생이랑 인도 여행을 함께 했다.

그때 그는 <한국산문>발행인으로 그곳에서도 앞 줄에 서서 봉사했다. 

맑은 얼굴에 분명한 어조가 남달랐다. 결코 넘침이나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세 번째 수필집도 제목부터 그의 전작과 같은 맥락이다. 

<달콤한 슬픔>, <즐거운 고통>에 이어 <불안한 행복>이라니, 그에게 있어 인생은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연속이라고 한다. 글 없이도 잘 살고 행복했으나, 몸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내와 지혜로운 엄마, 넉넉한 할머니로 풍요로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뿐아니라 장애인 복지관에서 9년째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인생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일찌기 알아채고 나의 안락은 누군가의 고통에 빚져있다는 것을 자주 상기한다. 

신화와 책을 읽으며 느낀 소회와 소외된 곳을 향한 시선에 '찌찌뽕'하며 끄덕인다.

반론을 펼만한 구절 없이 그저 옅은 미소를 흘리며 주르륵 읽었다. 일단 성공한 수필집이다.

평안한 일상에서의 소소한 사건과 성찰이 수필의 본령이다. 

그의 바람대로 '자유롭고 쾌활하게' '당돌한 수필'을 오래오래 쓰길 바란다.

 

  

생의 기미에 대해

 

 인생의 기미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는 것, 지는 것, 쓸쓸한 것, 약한 것, 남루한 것, 적막한 것과 사라져가는 숙명을 지닌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인생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처럼 단조롭고, 재미없고 지루하지만 그 은유를 이해하기에 견딜 수 있다. 이 견디는 힘 중에 읽기와 쓰기가 있다. 읽으면서 만난 훌륭한 문장, 쓰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비밀로 나는 단단해지고 깊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는 나를 간파하는 안목도 있다.  뜨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