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4 2

슬픔에게 / 권혁소

슬픔에게 권혁소 무지 때문이 아니라 희망에서 비롯된다 모든 슬픔은 처음이라는 기대와 마지막이라는 애절함이 슬픔의기원이었음을 알았을 때 너도 나도 다시는이라는 단서를 달아 각오를 한다, 이제 더는 희망 같은 거와 속삭이지 말자고 그럴 때 삶은 주저앉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슬픔의이면에는 어떤 단단함도 있어서 신발을 꺾어 신고서라도 우리는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생애 첫 다른 흔적을 남기며 그대 차가운 손을 덮히던 어떤 온기 같은 것 슬픔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슬픔아 부디 오래오래 머물러다오, 슬픔 너는 희망의 다른 이름 아니더냐 시집 에서

시 - 필사 2021.05.04

니 똥 굵다 / 권혁소

니 똥 굵다 권혁소 주둥이를 피해 산골로 왔는데 여기도 주둥이는 난무한다 강변 축제를 준비하는 구미동의 겨울 누구는 땔나무를 자르고 솥단지를 걸고 국밥을 퍼 나르고 눈물 질금거리며 화톳불을 피우는데 젖은 나무르 잘랐다고 무쇠솥이 아니라고 남들 눈도 있는데 돼지 뼈가 뭐냐고 연기가 너무 난다고 구두코에 내린 재를 바지춤에 닦는 주둥이, 여기도 있다 우리는 1번에 도장 찍는 기표기가 아닌데 누가 불렀나 저들 1번 군수, 1번 부의장, 1번 도의원, 1번 군의원 소개하는 주둥이와 소개받은 주둥이가 번갈아 마이크를 잡는다, 그래 니 똥 굵다 엄청 굵다 팽이치기, 제기차기, 썰매 이어달리기 국밥 말아 어르신들 대접하고 진차 마당 정리하는데 어디로 갔나, 똥 굵은 주둥이들 시집 에서

시 - 필사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