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7

날라리 추석

명절이 이렇게 할랑한 시간으로 오다니... 지난 화욜 도곡동 숙부님댁에 들러 두 분을 모시고 인천 큰고모님댁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댁 인사를 치뤘다. 97세 큰고모님은 점심을 준비해두셨다. 출근한 며늘이 회를 시키고 매운탕을 끓여놓았다. 두어 시간 옛이야기를 듣고... 어제 토욜 아들, 며늘과 딸네 식구가 왔다. 아들이 주문한 물회와 회로 점심을 먹었다. 센 값이 용서될 정도로 충분히 맛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갈비찜을 해 놓았는데 예상대로 태경, 시경만 먹었다. 조카딸들이 와서 모두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싱글인 시누이 딸들을 보고 남편은 맘 아파한다. 큰조카는 살이 너무 빠졌다면서... 엄마 체질을 닮았다. 부모와 떨어져 있으니 나도 늘 마음은 쓰이는데 해 준 게 ..

허 시인과 서행구간

금욜, 오래 전에 약속해둔 만남이다. 늘 말인사만 건네다가 실천. 곤지암 허정분 선생님과 퇴촌 윤 시인을 만나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서행구간에 갔다. 서행구간은 세 번째다. 윤 시인이 이 서점 자리가 예전에 슈퍼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반가워한다. 서점 오픈 1년이 넘었단다. 열렬한 시간의 흔적들... 70세인 허정분 시인, 생각했던 그대로의 품성인데 농사를 지으면서도 참 고우시다. 글로 오래 만난 사리라서 인지 금새 솔직한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 내게 가졌던 인상이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평안함이라고 한다. 그거 좋은 게 아니라고 하니,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험한 시간을 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내 '눈치없음'을 돌아봤다. 윤일균 시인이 페북에 올린 사진을 데려왔다. https://www..

윤교수님 송별식

윤교수님과 25년 세월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인사 오신 의리의 동인들, 강의실이 꽉 찼다. 나부터 완전 어르신이 되었으니 고령화된 건 확실하다. 다음 학기부터 수업이 넘어왔다. 어디 묶이는 건 정말 싫은데... 서로 미루다 권 동지와 격주로 합의. 분당수필문학회의 수업은 끝났지만, 을 발행하시니 계속 뵈올 것이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이 문선배님께 살짝, 선물을 주셨다는 걸 전해 들으니 울컥, 한다. 이렇게 감동을 주시다니... 나름 아름다운 마무리다. 수내동 '라라테이블'에서 점심, 4명씩 뭉쳐서. 90세 윤교수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나는 세 번째 왔는데 계속 만족이다.

빚은, 레트로

'빚다'에서는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부러 레트로를 그리워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몸이 기우는 건 세월의 힘인가.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열리고, 오늘은 뭔가에 정성을 쏟아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들썩인다. 고요한 휴일, 정오가 지났다. 그제 아침, 친구 자임이 선물을 줬다. 책 한권 내고 계속 선물을 받는다. 양린의 작품 린 작가의 선물까지 붓글씨를 오래 쓴 중딩친구한테 받은 이런 봉투도 참 좋다. 걸어두고 보는 것도 좋지만... 만지고 쓰고 나눌수 있는 것이 좋다. 며늘의 생일선물 주며 바로 썼다. 넣은 돈의 10배 효과, 며늘이 내용물보다 봉투에 감동한다.

공인 할머니

전날 예약하고 꼬박 3시간이 걸려 펌을 했다. 두 번째 맞는 디자이너는 28살 미청년이다. 내게 야탑에 사신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한 달에 한번은 할머니댁에 가서 커트를 해드린다며. 착하다고 했다. 그의 눈에 내가 엄마보다 할머니에 가까운 거다. 여자친구 있냐고 물으니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단다. 앞으로는 연애를 우선순위로 잡으라고 했다. 끝나고 뒷머리 사진을 찍어주면서 리뷰를 부탁한다. 안 그래도 5점 만점에 5점 주며 칭찬할 참이었다. 미용실에서 바로 나온 머리 같지 않아서 맘에 든다.

번개, 블친

오랜만에 미루님이 판교 능라도에서 번개를 쳤다. 분당맨과 셋이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백현동 카피방아에서 차를 마시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 블친들과는 1박을 해야 이야기가 풀리는데, 오늘은 맛만 보는 걸로. 비오는 날 3인의 짧은 데이트, 블친도 10년 인연이 되었다. 모두 페북으로 이사가고 나만 굳세게 블로그를 지키고 있다. 예전 그대로.... 이곳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셋이 세 권의 인연 닿은 책을 주고 받았다.

퍽토기, 호사하다

상자포장 꽃다발은 처음 받아본다. 나름 굿아이디어 일욜 점심에 아들이 모시고 싶은 식당이라며 청담동으로 초대를 했다. 축하세리머리를 한다나... 오매락 퍽토기라고 나무망치로 토기를 깨면 술병이 나온다. 퍽, 깨면 즐거움이 나오고, 기록을 깨다, 고정관념을 깨다, 징크스를 깨다... 등의 뜻이 있는 세러머니란다. 고창산이며 무려 40도다. 요즘은 이렇게 즐거움을 만들며 노는구나, 생각이 든다. 언더락에 꽉찬 동그란 얼음도 신기하고 한 잔에 바로 기별이 온다. 여러가지 복요리와 함께 포식을 하고 .... 아들이 대리기사를 불러줘서 집에 왔다. 모처럼 알딸딸~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토기 제거 작업이 만만치 않다. 참 못생긴 복어, 그래, 꼴보다 맛이다. 福을 준다네. 감각있고 튼실해 보이는 젊은 사장, 2층..

2021 문학나눔 도서 선정

내 마중물이자 죽비인, 권 동지가 두고 갔다. 별거 아니라면 아니지만, 치열한 경쟁을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다. 어쨌거나 운이 좋았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부문 36권에서 아는 수필가가 4명이라니... 많이 아쉽다. "우리 남편이 변했어요" 아침 일찍 슬그머니 나가서 사다놓았다. 에 이어 두 번째 선정되어 기쁘다. 8년 전에는 각각 책에 선정평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이 없나보다. 나눔 책 권 수도 줄어든 듯하다. https://www.arko.or.kr/content/popup/2021/pup_2021_210830_2-1.jsp 2021년도 2차 문학나눔 선정도서 www.arko.or.kr 2021년도 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수필 분야에는 총 262종의 도서가 접수되었다. 수필 1분과에서는 사전에..

1일 2카페

후배가 맛집이라며 위례 '헬로 미켈란'에 초대했다. 선배님과 후배님, 3인 회동. 오래 전 이 카페 오픈해서 바로 온 적이 있다. 친구들과... 그때는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어느 덧, 맛집이 되어 번창하고 있다. 공간이 쾌적하고 맛도 좋다. 세 가지를 먹었는데... 첫 번 것만 찍었네. 또 30분쯤 달려서 판교대왕로에 있는 '도넛 드로잉'이라는 카페. 어쩜 이리도 사람이 많은지... 넓은 공간을 다 채우고 있다. 집콕에 한계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