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도 아니니 묵은세배라고 할 수도 없고, 지난주에 88세 큰어머니가 다치셨다고 해서 바로 다녀왔다. 오른쪽 다리 무릎 위까지 깁스를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세상사 모두 내 맘대로 안되는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는다, 그때 운이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이지 운전자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누군들 아프고 싶어 아프겠냐, 다치고 싶어 다치겠냐'고. 골목에서 차를 피하다 넘어져서 생긴일이라며 담담히 이야기하신다. 대화 중간중간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초긍정적인 성격은 그대로인데 왠지 대화가 잘 이어지질 않았다. 우리한테 존대를 하시는 게 걸리긴 했다. 저녁에 큰댁 서방님 전화를 받고 황당했다. 우리를 몰라본 거다. 어떤 내외가 다녀갔다고 하셨단다. 큰어머니, 어쩌면 좋아요. 일시적인 기억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