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미리 세배

섣달 그믐도 아니니 묵은세배라고 할 수도 없고, 지난주에 88세 큰어머니가 다치셨다고 해서 바로 다녀왔다. 오른쪽 다리 무릎 위까지 깁스를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세상사 모두 내 맘대로 안되는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않는다, 그때 운이 나빠서 이렇게 된 것이지 운전자가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누군들 아프고 싶어 아프겠냐, 다치고 싶어 다치겠냐'고. 골목에서 차를 피하다 넘어져서 생긴일이라며 담담히 이야기하신다. 대화 중간중간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초긍정적인 성격은 그대로인데 왠지 대화가 잘 이어지질 않았다. 우리한테 존대를 하시는 게 걸리긴 했다. 저녁에 큰댁 서방님 전화를 받고 황당했다. 우리를 몰라본 거다. 어떤 내외가 다녀갔다고 하셨단다. 큰어머니, 어쩌면 좋아요. 일시적인 기억장애..

과타박스에서

과천의 한 샘댁을 '과타박스'라고 한다. (앗, 스타벅스 불매운동인데.. ㅠㅠ) 코로나19 때문에 식당가기가 무서워서 이곳에서 시 합평모임을 했다. 그것도 인원 제한때문에 몇 달만에 모였다. 늘 제철음식으로 우리의 체중을 늘려준다. 오늘도 굴밥에 방어회, 활전복과 와인까지. 바로 내린 커피에 오래 끓여둔 대추차. 풀 서비스를 받았다. 시 합평과 많은 시가 어디로 가나요. 수다, 수다~~ 이 수다가 참 좋다. '오늘의 말씀'은 선생님의 감방생활 중 이야기가 기막혔다. (그 시절 구속하게 했던 시집이 개정증보판으로 곧 나온다고 한다. '학교'라고도 하는 교도소를 갈 만큼 불온한 시인지 궁금하다.) 요구르트 왕창 붓고 카스테라를 부셔넣어 밀봉해서 한 달간 두면 술이 된단다. 띵요~~~ 이제 다달이 모일 수 있..

겨울 화원

오랜만에 친구 화원에 갔다. 잠 자는 듯한 색깔이 쓸쓸해보인다. 친구와 함께 물을 주면서 보니까 아니다, 깊이 잠든 것들 사이에 소곤소곤 눈길들이 반짝인다. 저리 명줄을 잡고 있구나, 기특한 것들. 그러니 이뻐할 수밖에. 얘네들을 가지고 노는 친구가 대단하다. 개나리가 지고 있네. 자잘한 흰꽃이 이쁜 가고소, 우리집에는 푸른 잎으로 있다. 감나무 분재, 감이 풍년 요즘 사먹기 어려운 깅깡, 이리 단풍든 백화등이 우리집만 오면 초록초록해진다. 참 요상한 일. 우리집에서 비실거리던 동백, 예서 튼실해지면 데리고 올거다. 분갈이 한 동백들은 실내에서 숨고르기

희망등록 - 기증

미숙이가 떠난지 일년이 다가온다. 미숙이 동생 진호에게서 톡이 와서 이런 사이트를 알게되었다. 늘 있던 마음이라 번개로 추모글을 올리고 온라인으로 장기 몽땅, 기증 등록을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자기도 등록해 달란다. 어쩌면 나 보다 더 쓸게 있을 수도 있다나. 이건 가족동의도 필요치 않으니 간단하다. 시신기증에는 가족 2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김미숙 미카엘라 너는 일찌기 하늘에 가까운 영혼이었지 쌓는 것보다 나누는 삶의 기쁨을 알았지 아픈 몸으로 더 아픈 사람들 손을 잡아주었지 멋쩍은 몸짓 수줍은 미소로 어둔 곳을 밝혔지 너의 맑고 선한 눈이 세상에 남아 못 다 나눈 구석까지 밝힐거야 그곳, 천상의 앞 자리는 부디 양보하지 말길 미카엘라 천사님 (친구 노정숙) 미숙아~~ 진호 꿈에 나타나서 "그렇..

새해 첫 날, 둘째 날

어제와 같은 해가 뜨건만 우리는 새 해라며 마음을 다진다. 난 늘 '결심도 없고, 후회도 없다'고 혼자 덤덤히 지낸다. 그래서 인사 문자 같은 건 보내지 않는데... 오는 것만 답신을 보낸다. 어른에게 오는 건 황송하게 또 후배들에게 오는 건 겸손한 마음으로 답하며 내 무심을 일깨운다. 사실, 무심에 반성은 없다. 1월 1일이라서인지 아들 며늘이 11시 전에 와서 2시경에 갔다. 떡 만두국과 청국장, 밥도 조금, 녹두빈대떡.... 있는대로 상을 차렸다. 며늘이 사진을 찍더니. 친정에서는 떡국 먹자, 하면 딱 떡국과 김치만 있는데 진수성찬이라고 한다. 이런 게 어른 모시고 산 흔적이다. 언제든 늘어놓을 반찬이 있다. 며늘이 아트페어에서 이 그림에 홀려서 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구쯔, 탁상 카렌다를..

하느님 사랑 안에서

오래 전 인연이다. 친구, 자임이 성가대할 때 단장을 하시던 제노비아 형님 댁을 함께 갔다. 양지 '삼성 전원마을'이다. 신부님의 어머니시다. 젊어서는 오랫동안 기타 학원을 운영하셨단다. 작사 작곡도 하신다. 요즘 티비, 유투브에 작곡하신 노래를 직접 부른다. 82세인데 골프, 운전을 하신다. 이사한 지 1년 안 되는 이 집은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고 한다. 전원마을 단지가 이미 조성되어 있고, 집은 모두 다르게 주인들 개성껏 지었다. 봄이면 황홀하게 이쁠게다. 구석구석 아기자기 어쩜 이리 이쁘게 꾸몄을까. 볼거리가 많다. 곳곳이 기도소다. 2층 신부님이 쓴다는 음악실, 작사 작곡을 하신다. 지난번 프란치스코 교황님 오셨을 때 자작곡을 불렀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

린 파인 아트겔러리 카페 - 서종

1 1시에 우리집서 모여 한 차로 서종을 향했다. 가는 길에 기막히게 맛있다는 칼국수집에서 친구가 점심을 사고.... 맛있는데 너무 양이 많다. 겔러리 대표의 작업실이기도 한 서종 겔러리에 왔다. 지난 번 우리집 모임에서 린 작가의 그릇에 반해서다. 작가에게 비구상 그림을 자꾸 설명해달라고 한다. 애영씨의 독특한 성격이 나온다. ㅋ 배부르다면서도 커피 두 잔에 와풀 케잌까지... 허브차 좋다고 하니 허브를 안겨준다. 거금 투척~~ 실실 웃음이 나온다.

메리 크리스마스~

토욜, 승진네가 왔다. 태경이 학교에서 받은 선물이란다. 누군 유치하다고 했지만 태경인 열심히 팔목에 감고 있다. (이건 내 팔목) 태경 담임선생님께 받은 선물이란다. 선생님이라서 착하단다 카드 마술을 유툽으로 배웠다고 시경이가 나를 네 번 놀라게 했다. ㅋㅋ 컴 바탕화면을 거꾸로 돌려놓고 웃기기도 하고. 시경이도 내년에 중딩이 된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은 화이트와인 병 반, 딸과 나는 레드와인 두 병 반, 사위는 소주 3병. 모두 비경제적인 주량이다. 난 기별도 없는데 승진인 좀 취하고, 취하니 목소리 높아지는 건 유전인가 보다. 연년생 아들 둘 키우느라 어리버리 순둥이가 '깡패'가 다되었다. 사위까지 '아들 셋'이라나. 게다가 길냥이 두 마리까지. 아, 학원과 과외 선생도 한다. 태경 "저 중2 돼요..

만남과 소식

오랜만에 올가정원에서 4인이 점심을 먹었다. 자주 보는 3인과 오랜만에 보는 1인, 그 1인이 포이세티아 분 3개를 가져왔다. 마침 작은 빈 화분이 있어서 그대로 옮겨심었다. '한 달 기쁨'이라며 건넸는데... 한 달이라도 잘 볼 수 있기를. 거의 20년 넘게 본 그는 여전히 '아가씨' 같은데 정년이 6개월 남았단다. 내년엔 책을 묶으리라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에서 공표를 한다. 그래 우리는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공통의 숙제를 끙끙거리며 달고 산다. 서로 애틋해하면서. 오늘 이야기는 어찌 정치권에 대한 게 많았다. 주변에 극한 발언을 하는 아니 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정치에 신경을 써야하는 건, 그들 중 가장 형편없는 사람의 통치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왕조시대..

오우가 - 라라테이블

오우가 모임을 라라테이블에 예약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 7천명이라서 자임네 집에서 모였다. 코다리찜을 시키고, 고기를 구웠다. 새로운 양배추김치 덕에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모처럼 폭식에 왕수다 ~~ 뉴욕서 사온 커피와 팬티 선물도 받고 옷 나눔도 했다. 늘 푸짐하게 들려보내는 친구 자임, 잘 사는 모습을 따라쟁이 해야한다. 저녁에 잠깐 짬이 났다고 아들 며늘이 왔다. 예약 취소했던 '라라테이블'을 갔다. 저녁은 처음 온 건데, 점심보다 널널하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늦게 나와서 못 찍었다. 네 명이 다섯 그릇을 싹 비웠다. 이곳은 아직 모두 맛 있 다. 며늘에게 내가 만든 무효소와 고구마스프를 들려보내니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