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아름다운 사람

오랜만에 조용자 선배님이 분당으로 오셔서 4인이 점심을 먹었다. 선배님은 저 무거운 선물을 3개씩 배낭에 지고 오셨다. 이제 운전도 안 하고 기사도 없다. 지하철을 타고 배낭을 매고 오신거다. 가슴이 찡하다. 부군의 병구완으로 체중도 많이 빠지셨다. 부군은 기적적으로 (이건 간증감) 좋아지셔서 '천사'가 되셨다고 한다. 모두 기도의 덕이라고 하신다. 참으로 다행이다. 20분쯤 기다려 식사를 하는데 자꾸 두리번거리신다. 그러다 서빙하는 한 청년을 부른다. 다정한 말씨로 "내가 지금 이곳 사람들을 살펴보니 자네가 참 열심히 일을 하네. 자네는 앞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될걸세" 대충 이런 말씀을 하시며 신권 5000원 짜리 한 장을 건네신다. 청년은 꾸벅 인사를 한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50..

주부본능

혜민씨네 티하우스에서 시인회의 7인이 1박을 했다. 냥이가 여전히 졸졸 따라다니고 뒷마당에 '귀부인'이 지쳐 스러졌다. 계곡도 여전하고~~ 앞 밭에서 사다놓은 알배기 배추, 이곳은 해발 650m. 저 못말리는 주부 본능, 도착하자 마자~~ 쥔장이 준비해 둔 닭백숙과 함께 푸짐한 점심을 먹고 '무릉도원' 쪽으로 산책~~ 저녁은 보쌈과 겉절이, 와인도 한잔. 새벽에 일어난 4인은 저수지에 다녀왔다. 물안개가 근사했다. 아침으로 닭죽과 빵, 커피를 마시고, 커피와 토스트, 귤을 싸들고 펜션 앞 밭에 자원봉사 출동~~ 한 박스 사고, 이삭줍기도 하고~~ '밭때기'를 하신 사장님, 반가운 표정, .... 둔내 분이라고 한다. 오면서 횡성한우로 점심, 기사를 대접한다고 한샘이 거하게 투척. 갈때보다 무거워져서 돌아..

또 제라늄

토욜 점심에 언니네를 갔다. 제라늄 빛깔이 어쩜 저리 천연스러운지... 다육이를 나눠준다고 해서 손사레를 쳤다. 언니네서 보는 것으로 족하다. 난 아직 제라늄을 들여놓은 마음이 없다. 다육이도. 애들은 가까이 들여다 봐야 이쁘다. 전날 폭음을 한 남편을 위해 전복북어국을 끓이고, 며칠 전 갖다드린 도토리로 묵을 만들고, 풋고추는 죽순을 만나 요리가 되었고, 배는 야콘과 게맛살과 겨자소스에 버무리고, 순수한 가지무침, 갈치조림... 행복한 밥상이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언니를 통해서 본다. 언니는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아서 이렇게 맘이 넓은가. 김농부의 무와 파, 갓을 모두 넣어 만든 김치 한통에 반찬까지 싸주신다. 언니가 가까이 사니 이렇게 좋다. ~~

제라늄을 다시보다

못난이꽃으로 기억하는 제라늄이 이쁘게 피었다. 아니 이쁘게 가꿔놓았다. 꽃답지 않은 얄궂은 향, 벌레를 쫒는다는 향도 그렇지만 한쪽에서 지고 한편에서는 피는, 지지부진한 꽃 활짝 피었다 이내 져야 귀하게 여길 텐데 ... 다시 피고, 또 피는 꽃 늙어가는 여자의 모습 같아 시큰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오우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수수백년만에 고기리에 있는 카페 멜린다에 갔다. 이곳에 꽃은 오로지 제라늄이다. 완전체 모임이 몇 달만인지 아득하다. 앞으로는 매달 첫 화요일을 모임날로 잡았다. 자임은 다음 달에 뉴욕 개인전에 다녀올 것이고, 부부샘 유투브를 하는 또 다른 친구, 법원의 조정위원 체험을 바탕으로 세상살이 조언을 한다. 기술적인 것은 남편이 배워서 하고, 일주일에 나흘 걸리는 과정이 재미있단다. 부..

김농부네

오랜만에 김농부네 갔다. 우리가 올해 마지막 손님이라고 한다. 모두 와서 다 털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도 마지막 대추나무를 털었다. 김농부도 농사가 힘에 부치다고 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나무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햇살과 바람을 충분히 취할 수 있다. 두 가지 고추도 따고, 고구마줄기는 아깝지만 패스~~ 자연 건조장도 만들고, 맥문동과 더덕을 새로 심어놓았다. 이곳이 도토리밭이다. 이 위에 도토리 나무가 있다. 아깝다고 셋이 잠깐 주웠는데.... 두 대접은 되겠다. 남은 배나무에서 배를 잔뜩 땄다 저 봉지를 열면 이리 이쁜 애들이 나온다 가지가 완전 나무가 되었다. 가지도 잔뜩 따고, 부사 사과는 새 방지 그물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새콤한 홍옥과 아기 사과도 앉아서..

언니, 언니~

10월 4일, 입원 사흘만에 84세 올케언니가 돌아가셨다. 그렇잖아도 장조카가 집에서 하는 엄마의 마지막 생일일 것 같다고 5일날 모이기로 했는데... 솔직함이 장점이자 약점인 언니, 내가 보석에 관심없다고 여자도 아니라던 언니, 정이 많고 손이 커서 무엇이건 바리바리 들려보내던 언니, 돌아가시기 전날, 반짝 기운이 날때 전날 밤 내가 간호를 해줬다고 했단다. 환상을 보는 건가 생각했단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거다. ...... 이게 맘에 걸린다. 급한 성질처럼 속전속결로 간 언니, 심각한 와병에 이제 남은 시간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행이라고 생각하면 복이 많은 것이다. 모두가 아쉬워할 때 떠나는 거. 두 조카며느리가 저리 다정하게 서로를 위로한다. 눈물을 닦아주고 토닥이며 걷는 모습이 어여쁘다. 지금처럼..

시인회의 - 전어비빔밥

3개월 만에 한 시인댁에서 만났다. 엊저녁에 그물을 쳐놓고 오늘 아침 전어와 새우, 삼치를 잡아왔다며 한 상을 차렸다. 시 합평은 잠깐 하고 많이 먹고 오래 수다를 풀었다. 백낙청, 도올, 임우기, 김지하의 이야기가 오늘의 공부였다. 오랜만에 나도 '불편한 진실'을 합평했다. 12시에 가서 5시에 일어나는데, 홍시 한 팩씩을 안겨보낸다. 이 후덕함...

추석 지나가다

네플릭스 영화를 와장창 보면서 한가롭게 추석이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실화가 바탕인 게 대부분이다. 수필적 시선 ? 이다. * 아버지는 산을 움직였다 * 빅토리아 압둘 * 몰리스 게임 * 블라인드 사이드 * 씨크린 더 무비 * 쵸콜렛 - 줄리엣 비노쉬와 죠니 뎁을 보는 것만도 좋다. * 리플리 - 머리 좋은 사람이 악인인건 극강 악이다. * 디센던트 - 하와이 섬이 배경인데 낭만은 없다. 서늘한 현실. 친구가 맛있는 송편을 잔뜩 사다줬다. 대녀가 보내준 모싯잎 송편과 인절미도 있는데... 언니네서 토란국을 먹었다. 정갈한 상차림에 또 바리바리 싸주고.

날라리 추석

명절이 이렇게 할랑한 시간으로 오다니... 지난 화욜 도곡동 숙부님댁에 들러 두 분을 모시고 인천 큰고모님댁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댁 인사를 치뤘다. 97세 큰고모님은 점심을 준비해두셨다. 출근한 며늘이 회를 시키고 매운탕을 끓여놓았다. 두어 시간 옛이야기를 듣고... 어제 토욜 아들, 며늘과 딸네 식구가 왔다. 아들이 주문한 물회와 회로 점심을 먹었다. 센 값이 용서될 정도로 충분히 맛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갈비찜을 해 놓았는데 예상대로 태경, 시경만 먹었다. 조카딸들이 와서 모두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싱글인 시누이 딸들을 보고 남편은 맘 아파한다. 큰조카는 살이 너무 빠졌다면서... 엄마 체질을 닮았다. 부모와 떨어져 있으니 나도 늘 마음은 쓰이는데 해 준 게 ..

허 시인과 서행구간

금욜, 오래 전에 약속해둔 만남이다. 늘 말인사만 건네다가 실천. 곤지암 허정분 선생님과 퇴촌 윤 시인을 만나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서행구간에 갔다. 서행구간은 세 번째다. 윤 시인이 이 서점 자리가 예전에 슈퍼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반가워한다. 서점 오픈 1년이 넘었단다. 열렬한 시간의 흔적들... 70세인 허정분 시인, 생각했던 그대로의 품성인데 농사를 지으면서도 참 고우시다. 글로 오래 만난 사리라서 인지 금새 솔직한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 내게 가졌던 인상이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평안함이라고 한다. 그거 좋은 게 아니라고 하니,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험한 시간을 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내 '눈치없음'을 돌아봤다. 윤일균 시인이 페북에 올린 사진을 데려왔다. https://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