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16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김종원

강의 교재를 찾다가 주문한 책이다. '1장 괴테의 글쓰기를 당신의 삶에 적용하면 일어나는 변화'에 혹했다. 단숨에 쭉 읽힌다. 고개를 드니 150쪽이다.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삶을 글로 풀어 흔적을 남기면서 치유하고 위로받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고 이심전심 감동을 데려오고, 그런 것으로 알았는데. 글이 삶이 된다니... '오늘 아침 글을 쓴 사람이 작가' 라는 말에 합당한 모습이다. 우선 글을 쓰는 일이 먼저인 것이다. 느슨했던 내 세포들을 깨운다. 짧게 치고 들어오는 각성의 말들이 뜨끔뜨끔, 따끔하다. 위로도 된다. 북돋우는 힘도 받쳐주며 죽비를 휘두른다. 쓰는 일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전력투구하지 않은 삶에서는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을. 괴테와 이어령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글쓰기라는..

놀자, 책이랑 2023.11.29

자랑질

쓰던 컴퓨터 버전이 오래되어 최신파일로 원고가 오면 열리지가 않는다. 보낸 사람에게 다시 낮은 버전으로 보내달라고 하는데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지난 번 애들에게 얘기했더니 사위가 컴을 노트북과 연결해주었다. 모니터도 시원하고 위치도 살짝 높아져서 고개를 오히러 들어야 한다. 거북목 탈피 효과도 있을 듯. ​ 일욜, 딸은 시험이라고 학원에 가고 태경 시경도 학원과 운동을 가고 사위 혼자 와서 새로 바꾼 복합기도 설치하고 마우스 자판 모두 무선으로 새로 사왔다. 책상이 깨끗해졌다. 안보이는 책상 아래 선까지 말끔하게 정리해 놨다. 컴터 관련일을 해서인지 꼼꼼도 하다. 책상 뒤 먼지투성이가 챙피했지만 또 감사, 감사다. ​ ​ ​ ​ ​ 지난 번 사온 워치는 남편이 차지하고, 오늘 또 내 워치를 사와서 휴..

헤어지기 좋은 시간 / 김재진

페북을 어슬렁거리다 주문한 책이다. 김미옥님이 추천한. 난 그에게 세뇌된 듯하다. 그가 좋다는 책을 저항없이 주문한다. ​ ​ - 따뜻한 송년 특집 2023년 한 해가 지고 있습니다. ‘불우이웃돕기 북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화가이자 시인인 김재진의 『헤어지기 좋은 시간』을 텍스트로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송년 특집입니다. 詩의 모델이 된 무명 가수, 붕어빵 장수, 노년의 아름다운 실제 인물들이 콘서트에 등장합니다. 노래하고, 붕어빵을 굽고, 낭송하고, 대화하며 함께 합니다. ​ 시집 속의 인물들이 걸어 나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詩 「가난의 자격」의 주인공, 자신의 수술비를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내어놓았던 붕어빵 장수 이상복씨. 詩 「아름다운 사람」의 모델, 빛바랜 명화 같은 82세 풀빛 여사. 詩 ..

놀자, 책이랑 2023.11.27

서울의 봄

며칠 전, 가족 톡에 며늘이 을 봤다며 '황당하고 비통하고 화가 나서 두 번은 못 볼 영화' 라고 했다. 어제 예매하고 오늘 조조로 영화를 봤다. 모두 예매해 온 것을 키오스크에서 발권받아 들어간다. 나는 좀 버벅거리다 성공했다. 그 사이 남편은 젊은이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하고, 나는 묵묵. 도대체 인내심이 없다. 아이들이 톡톡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걸 노인들은 늦은 탬포로 힘을 줘서 오류가 난다. ㅠㅠ 어쨌거나 시류에 영합해야하는 건 숙명이다. ​ 시류에 영합하긴 쉽다. 모두 다 깊은 고뇌없이 영합할 때, 나만은 아니라고, 내 생각대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 놓는 군인이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창작은 사실을 더 사실답게 그려야 한다. 과장하고 왜곡되게 표현하는 캐리커쳐처럼 그 인물의 특성이 단..

두 선배

보름쯤 전에 잡은 약속이다. 현대수필 창간 멤버인 오정 * 정화* 선배님과 청담동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오 선배님은 끝까지 잘 나이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25년동안 강의하던 것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으며 정리를 하는 중에 나도 선택된거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내가 밥 산 생각은 안 나고, 선배님댁에서 집밥을 몇 번 먹은 기억과 청담동에 있는 근사하고 특별한 밥들이 생각난다. 그 중에 '도수향'이 특히 기억나는데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정갈한 도시락 밥이 참으로 전무후무 근사했는데.... ​ ​ 차를 마시고 나와서 근처에 '문정희 시인 길'을 걸었다. 경기고등학교 담 옆이다. ​ ​ ​ ​ ​ 길을 걸으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디카 시..

충전

좋은 음악과 그림을 만나지 못한 갈증이었던 듯, 아니, 좋은 사람과의 만남도. ​ 후배가 성남아트센터 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단다. 아주 멀리서 또 한 후배도 온단다. 그렇잖아도 밥 사주고 싶은 후배다. 당장 다음 주에 밥을 사주러 간다면서 나도 듣고 싶다고 했다. 알아보니 4회 남았으나 수강이 가능하다고 한다. ​ 지난 주에 가서 등록하고 함께 강의 듣고 아트센터 안에 '피글릿'에서 점심을 먹고... 흠뻑 즐거운 시간을 누렸다. 저녁시간에는 광화문에서 책담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게 울가디간 선물을 받아 저녁 모임에 입고 갔다. 그렇잖아도 갑자기 온 첫 눈에 저녁 시간 모임이라 요긴했다. 이런 호사라니.. ​ 최정주 선생은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개인사를 짬짬히 말하며 재미있게 끌어간다..

추석 전 수요일

테마에세이 / 칭찬합니다 추석 전 수요일 노정숙 매주 수요일은 수필 수업이 있다. 배우는 건 내 장기다. 아는 것을 나누는 것도 배움이라 생각하니 즐겁다. 오랜만에 신입생의 작품을 합평하며 생소한 낱말 검색을 많이 했다. 공부를 부르는 글이다. 하고 싶은 말은 변죽만 울리고 한참 에둘렀지만 그것을 읽어낸다. 어떻게 알았어요? 묻는 말이 순진하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반응이다. 글에서 사람을 분리할 수 없는 고백형 수필은 비평할 때 배려가 필요하다. 글을 써서 내보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흠뻑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기본에서 충분히 의견을 내고 대안까지 제시한다면 비평자의 좋은 자세다. 칭찬하기는 쉽지만 도움이 될 쓴소리를 하기는 어렵다. 내 글에서 보이지 않는 흠을 남의 글에서는 쉬이 찾아낸다..

소쇄원, 죽녹원

둘도모 세 번째 동행, 수필반 7인이 동천역에서 7시 40분경 합류. 왕복 7시간 가까이 차에 있던 하루가 후딱 지나가기는 했다.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기는 했으나 맛있는 저녁 식사로 모두 용서되었다고들...ㅋㅋ 그러게 입이 즐거우면 눈도 맘도 따라오는 건지. 돌아오는 길에 비가 엄청 쏟아졌는데.. 죽전 도착하니 그쳤다. 그저 감사, 감사~ ​ ​ ​ 오래 전 현대수필 문학기행으로 다녀간 곳이다. 소쇄원 광풍각에 올랐던 일과 가사문학관의 기막힌 해설사가 떠오른다. ​ ​ ​ ​ ​ ​ ​ ​ ​ 죽녹원 후문으로부터 정문을 향해 걸었다. ​ ​ ​ ​ ​ ​ 죽은 대나무는 어쩌나, 산 것과 죽은 것이 함께 서 있다. ​ 간식 먹으며 쉬기도 하고 ​ ​ 정문에 도달했다. ​ ​ 전에 왔을 때는 이곳으로 들어가..

낯선 길에서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