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김종원

칠부능선 2023. 11. 29. 20:25

강의 교재를 찾다가 주문한 책이다.

'1장 괴테의 글쓰기를 당신의 삶에 적용하면 일어나는 변화'에 혹했다.

단숨에 쭉 읽힌다. 고개를 드니 150쪽이다.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삶을 글로 풀어 흔적을 남기면서 치유하고 위로받고, 독자에게 공감을 얻고 이심전심 감동을 데려오고, 그런 것으로 알았는데. 글이 삶이 된다니...

'오늘 아침 글을 쓴 사람이 작가' 라는 말에 합당한 모습이다. 우선 글을 쓰는 일이 먼저인 것이다.

느슨했던 내 세포들을 깨운다. 짧게 치고 들어오는 각성의 말들이 뜨끔뜨끔, 따끔하다.

위로도 된다. 북돋우는 힘도 받쳐주며 죽비를 휘두른다.

쓰는 일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전력투구하지 않은 삶에서는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을.

괴테와 이어령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글쓰기라는 게 궁금증을 갖기에 충분하다.

머리를 쿵 때리는 빛나는 말들이 많다.

* 세상에 타고난 좋은 작가는 없다. 그들은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자주 고쳐 쓸 뿐이다. 그래서 좋은 작가 중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매일 글을 고쳐 쓰면서 자신의 일상에 존재하는 보기 싫은 부분도 함께 고치기 때문이다. (31쪽)

머리가 아니라 뼈를 때리는 말도 있다.

* 1. 당신 이야기는 당신만 재밌다.

2. 당신의 자서전은 가족도 읽지 않는다.

3.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116쪽)

괴테가 떠난 '이탈리아 여행'은 나도 안다. 내 역마살의 기원이기도 하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단다.

*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마치 병이 든 사람처럼 아팠다. 그걸 고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이탈리아를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거기에 사는 사람처럼 지내는 것뿐이네."

볼 수 없는 마음의 병에 걸린 그가 그걸 치료할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이탈리아 여행인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그의 여행은 더욱 농밀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남긴 말이 그의 절실한 마음을 증명한다.

" 이탈리아에서 지금 저는 미술에 대한 지식과 훈련을 쌓지 않고 보내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뚜껑 없는 병을 물속에 처박으면 쉽게 물이 차듯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쉽게 경탄할 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예술적인 요소들이 밀려옵니다. "

이어령 선생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의 시각을 단련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는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글을 썼다."

이어령 선생이 기나긴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기전, 내게 진지한 표정으로 들려준 말이다. 아니, 나는 그의 말을 하나의 언어라고 표현하고 싶다. 죽음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더 써야할 것이 남아 있는 자에게 그것은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일종의 언어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글을 쓰며 사는 삶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삶의 영역이 그렇다.

왜 굳이 그런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고귀한 마음이 그들을 멈추지 않게 만들었다.

(129쪽)

* "글쓰기는 열심히 살았던 과거 이야기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다시 처음처럼 열심히 살아가며 글쓰기를 배워나가는 내일의 이야기를 '경험하며' 쓰는 것이다."

*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다. 다만 쉽게 생각하거나 취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더 정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쓸 수 있다. 태도가 모든 것을 바꾼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49쪽)

* "내가 쓴 글 중에 체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없으며, 그렇다고 체험 그대로 쓴 것도 단 한 줄도 없다." 괴테가 자신의 80년 글쓰기 인생을 압축해서 표현한 말이다.

...

두 번째 방법에서 강조한 것은 결국 모두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괴테는 문해력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자신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168쪽)

* 그는 죽음에 끌려가는 모습이 아닌 죽음을 맞이하며 관찰하는 표정이었다. 당시 그의 아들은 아버지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죽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봐야겠다는 표정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걸 보신 것 같았다. 게다가 황홀하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아버지가 뚫어져라 한곳을 바라보셨기에 나도 그의 얼굴을 계속 바라봤다. 그렇게 아버지는 30분 동안 죽음을 관찰하셨다."

이는 내게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그는 이미 내게 5년 정도 전부터 "죽음이 과연 어떤 것인지 꼭 관찰하고 싶다"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치열하게 죽음을 관찰하던 그 30분의 시간 동안 만약 그에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조금의 기력이 주어졌다면 남은 생명을 단축해서라도 그는 자신이 본 죽음에 대해서 글로 썼을 것이다. 나는 그걸 하지 못했던 그의 마지막 30분을 생각하며 " 본것을 쓰지 못해서 이어령 선생이 얼마나 답답하고 분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9쪽)

* 내 행복을 기준으로 글을 써라

평판은 '남이 쓰는 나의 이력서'라는 말이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평판은 한 사람의 인생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재료다. 그럼에도 괴테는 글을 쓴다는 것은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수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판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해준 사람을 보기에도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끼는 데 더 많은시간을 투자했다.

(283쪽)

*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이어령 선생과 괴테의 사례를 보라. 그들은 사는 내내 스스로 이렇게 공언했다. "나의 글로 독일이 문화수준을 확실하게 높이겠다!" "귀족이라는 신분을 반드시 쟁취하겠다!" " 모든 한국인이 인문학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하겠다." 어떤가? 이들의 목표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그에 합당한 노력과 시간을 쏟았다. ...

늘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라는 질물에 가장 솔직하게 답하며 써야 한다. 그래야 글이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다.

" 그대가 자기 삶에 솔직해진다면,

어떤 꿈이라도 생생하게 이뤄질 것이다."

(296쪽)

* 1.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일기'가 된다.

2. 남도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좋아요'가 붙는다.

3.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쓰면 '공유'가 된다.

4.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담으면 '브랜드'가 생긴다.

(323쪽)

* 좋은 글을 쓰면서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 하나다.

'그럼에도 쓰는 것'

나는 30년간 욕을 먹어도 쓰고 비참한 상태에 놓여도 쓰고

몸이 아파서 죽도록 힘들어도 쓰고 그저 계속해서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기억하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글을 쓴다.

(324쪽)

책을 덮으며...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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