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체크인 체크아웃 / 류창희

칠부능선 2023. 11. 11. 11:28

류창희 선생의 여덟번째 책이다.

거듭 만나도 반가운 작품들이다.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듣는 듯 다정도 하다.

작가를 알고 읽는 글과 작가를 모르고 읽는 글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이미 선생의 이력을 대강은 알고 있어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그의 유쾌한 웃음 뒤, 인내를 알기에 그 웃음에는 중량감이 있다.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삶이다.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더욱 대단하다.

동시대를 살아온 나는 깊이 고개 숙이며 박수 보낸다.

체크인

'파쿠르Paekour'라는 스포츠가 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시범을 선보일 체조 종목이다. 건물의 옥상 난간 벽 사이를 공중 곡예사처럼 러닝과 점프로 이동한다. 선수들은 앞사람의 등이 보이면 방향을 바꾼다고 들었다. 독창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란다.

2015년 <여행작가> 잡지에서 원고청탁으 받았었다. "유치한 것을 유치하지 않게,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제멋에 겨운 <좌충우돌 부부 여행기>를 한 해 동안 연재했다.

방학마다 "원 텐트, 투 피플!" 텐트와 침낭 밥솥을 지고 들고 남프랑스의 야영장, 아일랜드의 B&B 농가 민박, 파리의 개인 스튜디오, 인도 미국 캐나다 동유럽 스페인 네팔 등을 여행했다. ...

가슴 떨릴 때 시작한 여행이, 어느덧 다리가 떨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낯선 땅 낯선 환경에서도 파쿠르 경기처럼 운전해주던 남편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비행기 표를 제공해 줬던 항공회사에 다니는 영근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 '서문' 중에서

2020년, 팬데믹으로 강남 중정이 있는 카페에서 50명 행사를 치를 때다.

시엄니의 구름카페문학상 시상식에 부산에서 동행한 이쁜 며늘이 '영근'이다. 그야말로 딸에게 처럼 계속 이름을 부르며 이름으로 소개를 했다.

살롱, 체크아웃

... 나에게 수필은 '문학 살롱'이었다. 여태까지가 본문이었다면, 이제 나는 퇴고를 할 차례다. 몸이 마음을 따르기가 버겁겠지만 '이우보인'이라는 '스포츠클럽'으로 옮길 요량이다. 그를 거부할 수가 없다. <선상 문학>으로 시위하고 <가까이하기엔 너무먼 당신>과 <별을 품은 그대>로 대치하다 <불꽃, 지르다>로 협상이 끝났다. ...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은 요트를 산 날, 더 기쁜 날은 요트를 판 날"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날이 언제쯤일까. 멀리 있는 바다만큼 요원하다. 부부는 한배를 났으니, 크루는 당연히 스키퍼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에 대한 나의 의리다. 나는 그의 닻 줄에 걸렸다.

체크아웃!

(289쪽)

책 표지를 보니 수영만에서 만난 멋진 선장의 요트 'ALOHA'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