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에 대해 쓰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읽는 것도 힘들었다. 책을 주로 밤에 주루룩 읽는데... 도무지 밤에 읽을 수가 없었다. 무서운 마음까지 들면서. 토욜 반포에 결혼식을 잠깐 다녀오고 내내 읽었다. 짬짬이 긴 쉼을 가지며. 오래 전, 제주에서 빈첸시오 활동하면서 만난 4.3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까지도 쉬쉬하던 이야기였다. 꿈으로 시작해서 현실과 꿈이 오가는 느낌,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 찐득하게 따라붙는다. 책과 놀지 못한, 불편한 독서였다. 이렇게 시작한다. *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