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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 이윤학

농부 이윤학 초등학교 졸업 후 그는 줄곧 농부였다 폐암에 걸린 지금도 그는 농부로 살아간다 스무 날이 남았다고도 한다 이제 열흘이 남았다고도 한다 그보다 더 안 남았다고도 한다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농부여서 모자를 쓰고 토시를 낀다 장화를 신고 여름 담배밭에 들어가 담뱃잎을 따 리어카에 싣는다 그는 새카많게 말랐지만 안마당까지 리어카를 끌어다 놓을 힘은 남았다 그는 마루에 드러누웠다 일어나 안마당에 전깃불을 밝힐 것이다 담뱃잎을 엮어 비닐하우스에 널 것이다

시 - 필사 2022.07.14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 이윤학 산문집

이윤학 시인은 오래 전 로 만났다. 페북에서 신간 소개를 보고 주문했다. 천생 시인인 그의 시 밖의 삶에 맘이 착 가라앉는다. 왜 이리 짠한가. - 작가의 말 한 사내가 떠난 외동 빌라의 끝 층 픽스창, 무수한 내륙등대 불빛이 모여 있었다 지붕 밑 외벽에 둥지를 튼 제비 한 쌍이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 둥지 밑 폐 전화선에 앉아 서로 거리를 벌리다 좁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앉기를 반복한 끝에 날이 새고 있었다 오늘은 은둔형 외통이 사내가 떠난 빈집에 들어가 십 년을 살고 나왔다 책 한 권 들고 어둑해진 골목길 어깨 높이 화단 턱에 걸터앉았다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곁에 앉아 언제가 불쑥 부르고픈 노래가 있었다 * 나는 지금껏 누군가를 위해 간절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샘물은 차오르면서 불순물을 걸..

놀자, 책이랑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