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27

오우가 - 라라테이블

오우가 모임을 라라테이블에 예약했는데, 코로나19 확진자 7천명이라서 자임네 집에서 모였다. 코다리찜을 시키고, 고기를 구웠다. 새로운 양배추김치 덕에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모처럼 폭식에 왕수다 ~~ 뉴욕서 사온 커피와 팬티 선물도 받고 옷 나눔도 했다. 늘 푸짐하게 들려보내는 친구 자임, 잘 사는 모습을 따라쟁이 해야한다. 저녁에 잠깐 짬이 났다고 아들 며늘이 왔다. 예약 취소했던 '라라테이블'을 갔다. 저녁은 처음 온 건데, 점심보다 널널하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늦게 나와서 못 찍었다. 네 명이 다섯 그릇을 싹 비웠다. 이곳은 아직 모두 맛 있 다. 며늘에게 내가 만든 무효소와 고구마스프를 들려보내니 뿌듯하다.

또 하나의 조선 / 이숙인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을 기록했다. 52명을 소개하려니 행적을 위주로 한 짧은 서사다. 미루어 짐작하고 그려볼만한 여지가 많다. 여자의 삶은 오로지 배경으로만 허용했던 시대에 빛나는 그녀들이 있었다. 여종부터 왕비에 이르기까지. 10대 소녀에서 여든 할머니까지. 조선시대 역사의 또 다른 공간을 장악했다. 세속적 의미로 성공은 못 했지만, 도도히 흐르는 인간 근원의 힘을 만난다. '앞선 여자'들의 의식이 다음 세대들의 길을 열어준다. * 이 세상에서 가장 뼛속에 사무치는 억울함은 여자로서 음란하다는 무고를 당하는 일이다. 억울함이 골수에 사무쳐 스스로 목을 매거나 물에 빠져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는 자들이 있다고 한다. 김은애는 불과 18세밖에 안 된 여자지만 억울함이 사무쳐 한..

놀자, 책이랑 2021.12.09

노천탕에서 / 노정숙

노천탕에서 노정숙 마을버스 은수랑 두 번째 여행 중에 학가산 온천을 들렀다. 안동시에서 만들었다는데 깔끔하고 쾌적하다. 샤워를 하고 노천탕으로 갔다. 넓은 탕에는 두 어르신이 앉아 있다. 서로 어디에 사느냐며 수인사를 나누었다. 두 분 다 안동의 종손며느리로 연륜이 곱게 내려앉았다. 한 분이 손을 내밀며 화려한 네일아트를 자랑하신다. 딸이 생일선물로 해줬는데 앞으로 계속 해야겠다고 하신다. 고우시다고 한껏 칭찬을 해드렸다. 곁에 계신 갸름한 얼굴의 친구 분은 예쁜 건 다 지나갔고, 아픈 곳이나 없으면 좋겠다고 한다. 1900년생 미국의 초상화가 엘리스 닐은 80세에 옷 벗은 자화상을 그렸다. 파란색 줄무늬 의자에 앉아 흰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손에는 붓과 흰 천을 들고 있다. 평론가들은 흰 천이 ..

성남문예비평지 <창> 13호

오랜만에 민예총 사무실에서 발송작업을 했다. 사람이 그리워서 불렀다는 말이 짠하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사람과의 소통을 경계해야 하니, 사람이 귀해지는 건가. 10시에 만나 작업을 하고 점심 먹고 와서 마저 작업을 하고... 젊은이 둘과 중젊은이 둘, 그리고 나. 올해는 을 한 권으로 마쳤다. 광주대단지 사건 (광주민권운동)을 주 안건으로 다뤘다. 옛 성남의 현장 사진과 인터뷰를 통해 그 시절을 돌아봤다. 1971년, 강제이주 사건에서 비롯한 문제들을 가까이 보니 참담하다. 그늘에 있던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위로의 마음이 절로 든다. 척박했으나 끈끈했을 인정을 떠올리는 것도 사치로 느껴진다. 그들의 비통에 공감한다. 어쨌거나 잘 지나왔다고 .....

놀자, 책이랑 2021.12.07

호시절

친구 자임이 뉴욕 전시를 마치고 왔다. 두 번의 코로나 검사,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서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남편들과 함께 만나 어가일식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를 찾았다. 아늑하니 분위기가 좋다. 이쪽 식당가에 찻집이 없던 차에 반가웠다. 올 5월에 오픈했다는데 벌써 입소문이 났나보다. 손님이 많다. 호시절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렇게 운전할 수 있고, 내 발로 걸어다닐수 있을때까지를 호시절로 삼기로 했다. 너무 소박한가. 그럼에도 힘이 난다. 어쨌거나 아무일 없는 일상을 기적이라 여기기로 했다. 모두 감사, 감사다. 저 그림 속처럼 자유롭게 북적일 시간이 올까. 확진자가 5천명이 넘었다. 불안감을 넘어서야 '함께'인 건데... 친구의 선물로 돋보기 부자가 되었다. 이건 몇 해 전 파리에서 사다준..

검은솥 / 박연희

준비된 늦깎이 수필가다. 일면식 없는 작가가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안동의 옛모습과 토속음식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동시대 사람이 아닌 듯, 먼먼 옛시간으로 이끌린다. 일찌기 '텅 빈 충만'을 익힌 듯한 마음을 따라 흐른다. 그럼에도 "세상에나~~ 이런 시절을 어찌 살아냈을까." 자꾸 탄식한다. 초저녁에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고야 자리에 들었다. 가독력이 좋다. 스며드는 진정성 때문이다. * 유월이 걸음을 멈췄다. 눈길을 잡은 것은 '유월이 집'이라는 글씨다. 길가에 세워진 허름한 봉고차 옆면에 적혀있다. 가던 길을 쉬 가지 못하고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집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커튼이 쳐져 있어 틈새로 들여다보니 읽다가 펼쳐놓은 책들이 보인다. 내가 늘 꿈꾸는 움직이는 집이다. ...... 더위가..

놀자, 책이랑 2021.12.04

구름카페문학상 - 사무실 시상식

12월 1일, 작년에는 50명으로 중정이 있는 카페에서 진행했는데.. 올해는 새빛 둥둥섬에 80명 예약했다가 취소되었다. 식사가 안 된다고 해서. 방역수칙을 어길수 없어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시상식을 했다. 이혜숙, 한기정 선생님~ 부군들께 상금을 전하는 건 참 흐믓한 모습이다. 특별한 시상식이 잘 지나갔다. 완벽하게 준비한 유회장은 센스에 열정 충만이다. 고맙고 고맙다. 이혜숙 작가의 뒷풀이로 몇몇이 수내 이자까야에서 만났는데... 4시 반에 시작 7시 반에 일어섰다. 하긴 아침 10시부터 세 탕을 뛰었으니 이제 방전 상태다.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만나서 좋았다. 세러머니에 받은 장미를 하나씩 나누어주는 혜숙씨의 마음도 어여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