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님의 두 살 위 누님이다.
배낭 매고 경동시장에 가서 찬거리를 사다 손수 밥을 하셨다. 90이 넘어서도 내게 고추장과 김치를 담아주셨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인정이 많으셨다. 밥을 먹고 뵈러 가도 꼭 밥상을 차려놓으셨다.
몇 해 전 막내 아들네와 합친 후로는 모두가 나간 집을 지키고 계셨다. 숙부, 숙모님을 모시고 명철 전후에나 찾아뵈었다. 100세는 너끈히 넘으시리라 생각했다.
어제 돌아가셨다. 병원에 입원한 지 3일만이라고 한다.
성묘길에 무리하게 산 위로 올라오신 게 화근이었단다. 그 전에는 침대에서 떨어져 팔도 다치셨다고 한다. 건강을 과신한 탓이다. 그럼에도 입원하고는 계속 잠만 주무셨고. 검사 받으러 갈때도 앉아서 계속 졸 지경이었단다. "왜 이리 졸려" 사흘동안 한 말씀이라고 한다.
장남이 임종을 지키고 자는 듯이 그대로 가셨단다.
참... 시할머니의 '부러운 죽음' 모습과도 닮았다. 시할머니도 집에서 아침 잘 드시고, 목욕 후에 돌아가셨다. 현재 집안의 최고령이시니 다행이다. 올 때와 달리 갈 때는 순서가 없지만, 집집마다 그 순서대로 간다면 크게 슬프지 않을 게다.
오늘 일찍 조문을 다녀오니 마음이 낫다.
고마우신 고모님~
하느님, 아니 고모님의 하나님 품에 안기셨으리라 믿는다.
나는 지난 수욜부터 목감기가 왔다. 수업 중에 기침이 나서 사탕을 입에 문 채 이야기를 했다.
집에 와서도 영 기운이 나질 않아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약을 타 왔다.
목욜, 시인회의 두 달 만에 모임인데 민폐될까봐 못 갔다. 종일 죽 먹고, 누워있었다.
금욜, 서현에서 점심 약속을 얼른 치르고 왔다. 멀리서 온, 오랜만에 만난 문우는 반가웠다.
토욜, 종일 거의 누워서 숙제로 잡지들을 읽고~
오랜만에 푹 앓았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제 링거발도 안 받는 몸이 되었다. ㅠㅠ
목욜, 딸이 배달시킨 전복죽. 종일 누워 있으니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