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
'좋은 날이 많이 있었습니다. - 이병률'
책 첫장에 내게 사인한 듯한 이 말이 뻐근하다.
내가 바라는 좋은 일이란 여행 대장님의 병이 순하게 사그러들기를 바란다.
이 책에 '사랑'이라는 말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마냥 쑥스러웠던 그 말이 지금은 달달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서 캐낼 수 있는 어떤 것들은 조각조각만으로 힘이 된다. ...
사랑할 때도 너의 등을 사랑하는 건 괜찮다. 너의 정면을 사랑하는 것보다 덜 눈부시고 덜 아프다. 비겁한 일이지만,
비겁하면 덜 아프다. (264 쪽)
*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말은, 참, 사람을 그 말의 노예로 만든다. 대신 내 몸안에서 핵분열하는 행복의 세포만
믿기로 한다. 그러니 굳이 행복을 위해 애써 하게 되는 일련의 피로한 행위들도 다 그만두자고 주문을 건다. (274 쪽)
* 나에겐, 둔한 사람만 아니라면 교류하고 싶은 의사가 충분히 있다. 사실 우리는 잘 만나다가도 어느 순간 둔해진 관계라서 안 만나게
되고, 또 멀어지게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아예 둔한 사람 자체를 멀리하게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안 섬세한 사람들'에게 있어 섬세한 사람이란 '그거참 머리 아픈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만 같다.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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