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의 실험 소설이다. 실험은 언제나 난해하다.
10개의 액자소설이 나름 연결되어 있다. 책에 대한, 독서에 대한 글들만 들어오는데... 기이한 사건들이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책 속의 중단된 책읽기를 찾는 과정이 엉켜있다. 말미의 작품 해설까지 읽으며 길을 가늠한다.
오랜만에 인내심을 발휘하며 읽었다.
*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말보르크 마을을 벗어나, 가파른 해변에서 몸을 내밀고, 바람도 현기증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둠이 짙어지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물망처럼 연결되는 선들 속에, 그물망처럼 교차되는 선들 속에, 달빛이 환히 비추는 은행잎
들 위에, 텅빈 구덩이 주위에서, 저 아래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결말을 기다릴까. 그는 초조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며 묻는다.
(331 쪽)
* 뼈가 단단한 폰코가 팔과 다리로 예리하게 공격을 했다. 머리채를 잡아 그 자를 쓰러뜨려 보려 했지만 머리카락이 개털만큼이나
뻣뻣해서 마치 솔 같았다. 이렇게 뒤얽혀 싸우는 동안 변신이 진행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일어났을 때 그는 내가 되고 나는
그가 된 것 같았다. (50쪽)
*루드밀라는 항상 한 걸음 이상 당신을 앞서고 있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아직 존재하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
비록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존재하는 물체들은 자기가 가진 욕망의 힘과 부합한다고 확신하며 그녀가 말한다. 항상 다른 책을 읽는 이 여자,
눈앞에 있는 책뿐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가 원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책을 읽는 이 여자를 당신이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93쪽)
* 저는 이 기록원에 있는 모든 책, 모든 자료, 모든 물적 증거를 완전히 다른 독서법으로 두 번씩 읽습니다. 처음에는 서둘러서 간단히 읽지요.
마이크로 필림을 어떤 캐비닛의 어떤 표제에 분류해서 보관해야 할지 파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밤이 되면 (저는 공식적인
근무가 끝난 뒤에도 여기서 밤을 보냅니다. 선생님이 보시다시피 조용하고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이지요.) 이 소파에 누워 마이크로필름 판독기에
희귀 문서, 비밀 서류의 필름을 집어넣습니다. 나만의 즐거움을 위한 독서의 사치를 누리는 거죠. (29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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