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몸의 신호가 아닌 뇌의 신호라고 한다.
신경과 전문의인 올리버 색스는 그가 만난 여러 환자들의 실화로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펼쳤다.
인간의 음악적 능력과 감수성이 어디까지 타고난 것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능력의 부산물이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모든 문화에서
기초이자 중심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읽은 '논어'에서도 음악으로서 인간의 선정을 완성시킨다고 했다.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히 청각적이고 정서적인 일이 아니라 운동 근육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니체는 "우리는 음악을 근육으로 듣는다"고 썼다.
파킨스병, 알츠하이머 같은 병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소개한다.
음악적 재능이 없는 내게 무슨 병인이 있는지, 궁금해서 눈을 밝혀 읽었지만... 특별한 건 없다.
* 리듬 장애에도 심각성의 정도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체 게바라는 리듬 음치로 유명했는데 오케스트라가 탱고를 연주할 때 그는 맘보를 추었다. (그는 심각한 음정 음치이기도 했다)
좌반구에 뇌졸중이 일어나면 음정 음치가 아닌데도 심각한 리듬 음치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완전 리듬 음치는 거의 드물다.
리듬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폭넓게 표상되기 때문이다. (160쪽)
* 나는 표현성 실어증 환자를 볼 때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그러면 사실상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다들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신들도 이 사살에 놀란다) 정반 정도는 가사도 따라한다. (330쪽)
* 나는 노르웨이에서 산을 오르다 끔찍한 등반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의 대퇴사두건이 찢어지고 주변 신경이 손상되었다.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어
어떻게든 해가 지기 전에 하산할 방도를 찾아야 했다. 나는 곧 하반신 불수 환자가 휠체어에서 하듯 스스로를 '노 저어' 내려가는 거싱 최선의
방책임을 때달았다. 처음에는 어렵고 서툴렀지만 비트가 강한 행진곡이나 배의 닻줄을 끌어당기는 노래(볼가 강의 뱃노래) 같은 곡을 부르며
리듬을 타자 한결 수월해졌다. 몸 전체를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박자에 맞춰 음악에 몸을 맡겼다. 만약 음악과 동작, 청각 신경과 운동 신경의
이런 일치가 없었다면 아마 산을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속 리듬과 음악 덕분에 끔찍하고 조마조마한 고투가 그나마
참을 만했다. (356 쪽)
오래 전, 시인회의 1박 휴양림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한밤중에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한 사람을 남겨 두고 모두 숨었다.
산꼭대기에서 술래가 된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몇 사람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내 크게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것이다.
정 시인의 그 씩씩함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노래방에서 해드뱅하던 그가 궁금하다.
* 음악에 반응하는 능력은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까지도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치매 환자에게 들려주고 치료하는 기능은 운동 장애나
언어 장애 환자의 경우와 상당히 다르다. 예컨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은 확고한 리듬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굳이 친숙하거나
정서적일 필요는 없다. 실어증 환자에게 들려주는 노래는 가사가 있고 억양이 풍부해야하며 치료사와의 감정 교류도 필수적이다. (50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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